현대중공업…달콤한 무분규 vs 현대자동차…씁쓸한 평행선

현대重 14년째 무분규타결… 격려금 - 휴가비 ‘두둑’

현대車노조 중앙교섭 고집… 휴가前 타결실패 이례적

‘900만 원 대 120만 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직원 한 사람이 올 여름휴가 전에 받는 돈(월급 제외)은 대략 이만큼 차이가 난다. 1995년 이후 14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한 현대중공업과 이 기간에 연속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가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면이다.

▽현대중공업 타결=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총조합원 1만7932명 중 1만7185명(95.8%)이 참가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해 찬성 1만1027명(64.2%)으로 최종 가결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25일 합의안 조인식을 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 9만8800원 인상과 30년 이상 근속자 수당(18만∼20만 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영업이익 2조 원 돌파 축하금 등으로 통상임금의 300%, 생산성 향상 격려금 등으로 200만 원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무분규 타결로 통상임금의 300%에 일시금 100만 원을 여름휴가 전에 지급했다. 여름휴가비도 종전 50만 원에서 통상임금의 50%로 올렸다.

이에 따라 올해 여름휴가(8월 2∼13일) 전에 현대중공업 직원 한 사람이 받는 금액(통상임금은 1인당 평균 200만 원)은 평균 900만 원 안팎이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올해 연봉은 임금 인상분과 상여금 등에서 최소 300만 원씩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여름휴가 전에 받는 일시금 900만 원을 더하면 올해는 월급 이외에 한 사람이 1200만 원 정도 더 받게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8년, 평균 나이는 만 45세다. 이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6700만 원이며 의료비와 학자금 등 비급여성 지급액을 합하면 평균 연봉은 7300만 원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서로 “네 탓” 공방=현대자동차는 회사 측과의 22일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여름휴가(25일∼8월 3일) 전 타결이 무산됐다. 여름휴가 전에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기는 1998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 직원들은 단체협약에 따라 여름휴가비 30만 원에 통상임금의 50%만 지급받는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평균 통상임금은 186만여 원(지난해 기준으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2월 대의원대회에서 밝힌 금액)이어서 올 여름휴가 전에 직원 한 사람당 평균 120만 원 안팎씩 받게 된다.

여름휴가 전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해 축하금 등의 명목으로 챙길 수 있었던 수백만 원씩의 목돈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23일 소식지에서 “전향적인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아 여름휴가 전 타결을 무산시킨 회사 측은 휴가가 끝난 뒤 각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철 사장은 이날 가정통신문을 통해 “중앙교섭의 많은 문제점을 개선한 뒤 교섭을 해야 하는데 현대차 지부는 무조건 중앙교섭만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