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눈, 명품은 빚을 내서라도 가진다… 차이나의 변심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2002년 중국에 진출한 ‘쿠쿠홈시스’는 약 6년 만에 300여 개 매장과 20개의 AS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중국 기업의 밥솥은 대체로 300위안(약 4만5000원) 정도지만 이 회사의 제품은 2000위안(약 30만 원)이나 되는데도 인기가 높다. 중국 소비자의 소비 성향 변화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과 마케팅의 결과였다. 중국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1년여에 걸쳐 중국 13개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이에 따른 마케팅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4일 입수한 이 보고서에서 BCG는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의 엄청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소득 초과 소비 ‘트레이딩 업’ 욕구 강해

BCG가 중국 13개 도시 소비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세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나타난 공통점 현상은 ‘트레이딩 업’ 욕구였다. 자신의 소득 수준을 초과하더라도 새롭고 좋은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과 중산층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현상이다.

조사 대상의 47%가 이 같은 ‘트레이딩 업’ 욕구를 밝혔다. 미국(29%)이나 서유럽(23%)의 소비자 조사 결과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오히려 미국이나 서유럽에선 양질의 저가(低價) 제품을 구매하려는 ‘트레이딩 다운’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브랜드 충성도 역시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보다 높았다. ‘트레이딩 업’ 하려는 중국 소비자의 50%가 “제품 구매 시 브랜드 네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반면, 미국이나 서유럽 소비자는 각각 33%와 20%에 그쳤다.

BCG는 “기업들은 상품의 혜택과 브랜드 어필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트레이딩 업’ 할 수 있도록 도시, 연령, 소득 수준에 따른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트레저헌터(treasure hunter)’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가(高價) 제품을 구매할 때도 가격 대비 높은 가치를 지닌 제품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모습을 보인다는 게 BCG 설명이다. BCG는 “단순히 ‘트레이딩 업’뿐만 아니라 이들은 무리를 지어 단체로 쇼핑을 다니고, 단체 할인으로 가격 협상을 하기도 한다”며 “이 같은 쇼핑을 하는 이유로 ‘아낀 돈으로 다른 곳에 더 소비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소비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 시장 지배력-수익성 두마리 토끼 잡아야

글로벌 가정용품 제조기업인 A사는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비교적 높지만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고, 매출액도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A사의 사업 영역은 규모도 작고 성장도 느리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트레이딩 업’ 욕구가 크지 않은 분야였다.

개인관리 용품과 의류 제조 전문 글로벌 기업인 B사는 2억 달러 이상의 매출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아 영업 이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성을 내기 위한 선두 위치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CG는 “중국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충분한 매출 확보와 수익성 있는 사업 영역 구축, 시장 내 선도적 위치 점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CG는 이를 ‘방어 가능한 규모 확보’로 표현했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1인당 가처분 소득이 낮아 ‘가격 압박’이 심한데다, 최근 미디어 비용과 인건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중소도시로 사업 확장 △신흥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제품 준비 △사업 영역을 인접 분야로 확장 등 3가지를 제시했다.

BCG 서울사무소 이병남 대표는 “수많은 기업이 진출해 있는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최단 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일반적으로 매출액 2억 달러(약 2000억 원) 이상의 조기 달성이 성공적인 기반 구축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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