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평소 입는 옷은 MP3 플레이어가 내장돼 있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주말에는 호흡량, 운동량 등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지요. 기록된 정보는 휴대전화로 자동 전송돼 자신의 몸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옷을 살 때도 힘들게 판매장을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잡지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해당 제품 바코드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고 휴대전화 속 ‘가상의 나’에게 옷을 입혀 본 후 어울리는지 확인합니다.
정보기술(IT) 기업의 광고에서나 나올 법한 A 씨의 모습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요.
아직 멀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A 씨의 생활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는 듯합니다.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는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섬유-IT 융합’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사양산업으로 꼽히는 섬유와 최첨단 IT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촉진하고자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세대 의류환경학과 이주현 교수는 “옷은 시대에 따라 유행이 변했지만 기능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며 “2010년 이후에는 성인의 40%가 IT를 접목한 ‘스마트 의류’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진 시연회에서 참석자들은 각종 첨단 의류들을 실제로 접하곤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자신의 신체 치수를 입력한 ‘가상의 나’에게 여러 종류의 옷을 입혀 볼 수 있는 첨단 기술이었습니다. 한 참석자는 휴대전화 속 자신에게 옷을 입히자 ‘허리가 꽉 끼어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곤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지요.
한국의 침체된 섬유산업에 IT가 새로운 활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이 있다고 해도 이를 산업화하지 못한다면 별 쓸모가 없겠지요. 우리 기업의 기술 개발 의지와 정부 지원이 어우러져 세계 첨단 섬유·의류 시장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우신 기자 산업부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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