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윤리 최고점 道公선 性접대… 수뢰…
우수등급 공기업도 공금유용등 잇단 적발
전문가 “세미나 횟수로 평가하는 등 기준 형식적”
《“업무처리 사전 예고제를 시행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정보 공유를 통한 건설현장의 투명성 향상에 노력. 건설정보시스템에 윤리경영 콘텐츠를 넣어 투명성 확보 도구로 활용….” 기획재정부가 최근 마무리한 ‘2007년 공공기관 혁신실적 평가’에서 한국도로공사에 ‘투명·윤리경영 향상’ 부문 최우수 등급(S급)을 부여하면서 내놓은 평가 사유다. 도로공사는 혁신실적 총점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인 ‘6단계’를 받아 “혁신 활동이 체질화되고,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한 기관”으로 꼽혔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이 같은 평가 결과가 무색하게 최근 검찰 수사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적발됐다. 》
검찰에 따르면 도로공사 인천지사 간부를 지낸 배모(46) 씨는 국유지 임대 및 매각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4급 공무원 구모(46) 씨는 공사 발주 대가로 성매매를 포함한 해외여행 접대를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근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방만 경영 및 비리 사례가 적발된 공공기관 가운데 상당수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혁신실적 평가에서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민영화 대신 공기업 내부 혁신을 통한 효율화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에 문제가 있었거나, 혁신실적 평가가 주먹구구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7년 공공기관 혁신실적 평가에 따르면 총점에서 최우수 등급인 ‘6단계’를 받은 기관은 모두 10곳. 이 중 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4개 기관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 방만 경영 사례가 적발됐다. 신용보증기금도 검찰 수사에서 전직 간부가 신용보증서를 부정 발급해 대출을 알선한 뒤 3억 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전과 철도공사, 도로공사는 투명·윤리경영 부문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총점에서 우수 등급인 ‘5단계’를 받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근로복지공단의 한 직원은 3년간 15억 원을 빼돌려 주식과 도박으로 탕진했다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직원이 허위 시설검사의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아웃소싱 업체 선정 및 입찰 공고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직원 및 간부 두 명이 구속 기소됐지만 이들 세 기관은 모두 투명·윤리경영 부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공공기관 종합 평가인 ‘경영평가’에서도 한전과 대한광업진흥공사는 최고 등급인 ‘우수’ 기관으로 지난해 선정됐지만 내부통제는 이렇듯 느슨했다. 2006년 경영평가에서 정부투자기관 중 1위를 한 도로공사는 직원들이 일반인으로 위장하고 고객 만족도 조사에 응답해 평가단을 기만한 일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박사는 “혁신평가 기준이 관련 세미나 개최 횟수 등 형식적인 측면이 많았다”며 “공공기관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민영화 또는 기업공개를 통해 시장에서 평가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