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병원 등 생활기반시설 턱없이 부족
한반에 48명 함께 수업하는 초등학교도
25일 오후 경기 용인시 동백택지지구의 ‘쥬네브’ B동 상가. 대다수의 상가가 비어 있는 건물 안에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서 있었다. 곳곳에 걸린 전등도 꺼져 있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상가 컨설팅을 맡은 도래D&C 김기오 과장은 “초기 입주자들의 불편을 덜어 주기 위해 공모형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 1호로 2년여 전부터 입점을 시작했지만 현재 전체 상가의 20%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동백지구 주민들이 쇼핑을 하거나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려면 용인시 죽전이나 수원시 영통까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초기 입주한 주민들이 겪는 극심한 불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입주와 동시에 필요한 병원, 학교, 상가시설 등이 들어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년여 전부터 도입된 공모형 PF사업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 공모형 PF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초기 입주민들이 생활기반시설 부족으로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 “밤에는 나가기도 무서워”
최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에 입주한 30대 주부 박모 씨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 때문에 자연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왔다가 오히려 곤욕을 치렀다. 여섯 살 난 아이가 한밤중에 심하게 열이 났지만 단지 안에서는 약국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박 씨는 “집에서 나온 지 2시간여 만에 서울역 근처에 있는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아이를 입원시켰다”며 “다시 도심 근처로 이사할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 1지구에 거주하는 50대의 한 주민은 “뉴타운에는 경찰서 지구대가 한 곳도 없어서 아파트 경비원이 치안을 맡고 있다”며 “사람도 별로 없어서 밤에는 나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입주한 지가 2년여가 돼 가는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 이곳에는 학교가 부족하다 보니 S초등학교는 한 반 학생수가 최대 48명으로 수업 진행이 쉽지 않다. 당초 음악실, 미술실 등의 특별활동실용으로 지었던 교실도 모두 일반 학급으로 사용 중이다.
신도시 안의 삼부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42) 씨는 최근 사고로 ‘동탄119안전센터’에 구조됐지만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119안전센터의 한명자 응급구조사는 “응급실이 있는 경기 오산시의 병원까지 가는 데 15분이 넘게 걸렸다”며 “신도시 내에 응급실이 있어서 5분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뇌사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분양가 상한제도 걸림돌
택지개발지구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병원,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민간업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인구가 확보되지 않으면 택지지구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공모형 PF사업도 효과가 별로 없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민간업체들이 공모형 PF사업에서 사업자로 선정되려면 땅값을 비싸게 써내야 되기 때문에 결국 상가 분양 가격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라며 “임대사업자가 높은 가격에 분양받은 만큼 점포 임대료도 높아 상인들이 입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서 사업 자체가 지연되기도 한다. 민간업체들이 주거부문에서 얻은 수익으로 상가 등을 지었지만 분양가 상한제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관련 공공기관의 소홀한 대책도 지적된다. 은평뉴타운 사업자인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2004년부터 은평뉴타운 계획이 잡혔는데 관할 경찰서인 은평경찰서는 아직도 ‘예산이 없어서 뉴타운 내에 지구대를 설치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