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금융·산업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증권사들도 올해만큼은 그 예측이 상당 부분 빗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추천종목 수익률이 평균치 밑돌아
삼성증권은 매일 대형우량주를 중심으로 '톱 10 포트폴리오'를 낸다. 그러나 이 증권사가 고심 끝에 내놓은 추천종목의 수익률은 올 상반기 내내 코스피 지수 상승률에도 미달했다.
이 포트폴리오의 연초 이후 코스피 대비 초과손실(누적)은 1월말 -3.49%포인트, 2월말 -1.87%포인트, 3월말 -0.41%포인트, 4월말 -0.22%포인트, 5월말 -1.77%포인트에 이어 6월말에도 -1.36%포인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이 상반기에 삼성증권이 추천한 종목대로 투자를 했다면 매월 말 기준으로 평균치보다 더 큰 손실을 봤을 거란 뜻이다. 이 회사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이달 들어서야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소폭 상회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측은 "지난해는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코스피보다 43%포인트나 높았지만 올해는 일시적으로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성과를 못 냈다"고 해명했다.
매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7개 종목을 선정하는 대우증권도 매달 코스피 지수 대비 추천종목 초과손익이 1월 -3.11%포인트에서 2~4월에는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5, 6월에 다시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보다 낮아졌다.
28일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의 실전 포트폴리오(30종목)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15.32%로 벤치마크 수익률(-14.17%)보다 -1.15% 저조했다. 현대증권도 지난해 11월에 올 한 해를 내다보면서 고른 10개 추천종목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21.30%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13.79%)보다 훨씬 낮았다.
우리투자 대우 현대 삼성증권은 작년 말 현재 자기자본 기준 국내 1~4위 증권사다.
●고객들도 추천종목 신경 안 써
증권사들은 이에 대해 "추천 성적이 좋을 때는 부각이 안 되다가 수익률이 나쁠 때만 문제가 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실제 주가가 대세 상승기였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요 증권사들의 추천종목 수익률은 평균치보다 30~40%포인트씩 높은 적이 많았다.
증권사들은 정기적으로 기업의 수익성, 업계 경영 환경, 성장잠재력 등을 고려해 가장 유망한 종목들을 선정한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각종 경제변수를 반영해 하루단위로 바뀌기도 한다.
우리투자증권 이주호 연구원은 "포트폴리오는 종목 숫자가 다른 지수보다 적기 때문에 그 중 한 종목만 주가가 많이 빠져도 전체 수익률이 크게 나빠진다"고 말했다.
또 증권사 추천 종목이 올해 외국인의 집중 매도 대상이었던 대형우량주 위주로 구성돼 있는 점, 추천 대상에는 하락장 방어주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종목들이 많다는 점도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나빠진 이유다.
그러나 고객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증권사들이 별다른 고민없이 시장 유행에 따라 종목들을 선정하고 있어 업무에 그다지 참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H자산운용 김해동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자자들은 증권사 추천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고 스스로 종목을 분석해 투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