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대규모 장치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도 플랜트 수출이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세계 콘돔 입찰시장(정부구매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니더스’는 지난해부터 콘돔 생산 설비를 수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35년 동안 ‘콘돔’이라는 한 우물만 파며 전문성을 키워 왔지만 가파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동남아 국가의 저가(低價) 공세 등으로 매출이 줄자 아예 고가(高價)의 생산설비를 수출하는 전략으로 정면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전략 수정은 적중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에 19억8100만 원 규모의 콘돔 생산라인을 수출했고, 이는 작년 연간 매출(184억 원)의 10%를 넘는 규모다. 유니더스의 세계적인 품질과 맞물려 콘돔 수요가 많은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플랜트 수출 제안이 밀려들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중소 제조업체의 플랜트 수출이 잠재적인 경쟁자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정도식 유니더스 이사는 “하드웨어만 수출하는 것이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통해 계속 앞선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초수액제(링거액) 생산 1위인 중외제약도 플랜트 수출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링거액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가격 인상이 자유롭지 않고 막대한 물류비용으로 수출도 하기 힘들어 적자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필수의약품이라 마음대로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중외제약은 수액 생산설비 자체를 수출하기로 하고 올해 러시아에 수액 플랜트 수출을 추진 중이다. 공장 건설은 현지 건설사가 맡고 이 회사는 2000만 달러(약 202억 원) 규모의 생산 라인과 기술을 수출하기로 했다.
중외제약 측은 “링거액은 수출로는 이익 실현이 어렵기 때문에 링거액 자급이 어려운 국가에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수액 공장 자체를 수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은 자기 기술을 내놓는 것을 꺼려 플랜트 수출이 저조했다”며 “단순 상품 수출로는 이제 신흥공업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플랜트 수출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