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8개사도 영업 본격화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인 A(47) 씨는 타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를 집중 영입하던 지난해 하반기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달쯤의 기간에 앞니 4개 등 치아 6개가 흔들리다 차례로 빠져버린 것.
A 씨를 치료한 의사는 ‘과도한 스트레스’ 탓이라고 본다. A 씨가 평소 치아 관리를 잘해 온 데다 이가 한꺼번에 빠질 만한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입사가 결정된 애널리스트가 출근 하루 전날 밤에 ‘마음이 바뀌었다’는 전화를 해오는 일을 자주 겪는 등 인력 스카우트 전쟁의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육성하기 위한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오고 8개 신설 증권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서 증권업계는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무한 혈투’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가 25일 IBK투자증권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등 8개 신설 증권사의 영업을 본허가하면서 국내 증권사는 54곳에서 62곳으로 늘어났다. 여기다 기존 증권사도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증권업계의 인재 영입 경쟁은 고액 연봉을 제시해 실력 있는 인력을 개별적으로 끌어오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신생 증권사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팀을 통째로 빼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카우트 대상은 애널리스트는 물론이고 영업, 기획 등 전 분야. 인력 유출을 막으려는 측과 인력을 빼가려는 회사 중견간부들의 스트레스는 날로 높아져 간다.
신생사인 LIG투자증권은 전체 인력 67명 가운데 28명(42%)을 우리투자증권에서 영입했다. 우리투자증권에서 주식영업을 총괄했던 김경규 전 상무는 주식영업 실무자 5명과 함께 LIG의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투자증권에서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으로 일하던 안수웅 전 부장은 LIG의 상무급인 리서치센터장으로 이동했다.
인력 수요가 늘면서 증권맨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연봉은 현재 3억∼5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0%가량 올랐다.
스카우트 전쟁에 편승해 터무니없이 높은 연봉을 요구하는 애널리스트도 나오고 있다. 한 4년차 애널리스트는 최근 LIG투자증권 측에 업계 평균(1억 원 내외)의 2.5배인 2억5000만 원의 연봉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영입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지자 해당 업계의 전문가를 뽑아 증권 애널리스트로 육성하는 사례도 있다. 대신증권은 상반기에 대우조선해양 삼성SDI LG화학 등에서 내공을 쌓은 전문가 6명을 애널리스트로 채용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