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테마주’ 내세워 거짓홍보, 돈한푼 안쓰고 ‘먹튀’

  • 입력 2008년 7월 30일 02시 58분


자기 자본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코스닥 상장 회사 뉴월코프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28일 구속 수감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40) 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재벌 테마주’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29일 박 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2007년 2월경 박 씨는 뉴월코프의 대주주 조모 씨를 만나 ‘재벌 자제 코스닥 투자 테마주’를 만들기로 결의했다.

박 씨는 경영권을 인수한 것처럼 속이고, 주가가 올라 생기는 이익을 배분하기로 했다.

2006년 9월 모 재벌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이 M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코스닥 상장 회사의 경영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주가 상승을 가져온다는 점을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박 씨는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 선모 씨로부터 조 씨를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제기된 이른바 ‘황제 테니스’ 논란의 당사자였다.

박 씨는 2007년 3월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30억 원에 자기 자금으로 매수해 경영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 주를 31억 원에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공시했다. 이 밖의 추가 주식 취득을 포함해 박 씨는 이 회사의 주식 747만 주, 지분 6.88%를 보유한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경영을 맡게 된 것이다.

박 씨는 당시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코스닥 입성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될 것”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사업이다. 단기차익을 노렸다면 내가 정면으로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의 주가는 610원에서 박 씨가 경영권을 인수한 것처럼 행세한 2007년 2월 1100원, 박 씨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처럼 공시하자 1960원으로 약 3배로 상승했다.

그러나 박 씨가 취득한 주식은 이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던 라모 씨 등이 대주주 조 씨에게서 거액의 사례금을 받고 박 씨에게 넘긴 것처럼 꾸민 것이었다.

박 씨 등은 같은 해 3∼9월 181억 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빼돌렸으며 검찰은 이 가운데 22억 원이 박 씨의 주식 투자대금과 사채업자 선이자,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박 씨가 회사 돈으로 페라리 등 외제 고급 승용차 여러 대를 구입하고 법인카드를 유흥업소 등에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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