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기는 리먼브러더스 이참에 사볼까?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美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세계적 IB 주가 곤두박질

국내외서 ‘군침’… “금융시장 불안 커” 신중론 많아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넘기면서 받게 되는 돈은 63억 달러다. 그런데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시가총액도 요즘 110억 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의 꿈을 접고 그 돈으로 리먼의 주식을 사면 세계적 IB의 경영권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이나 유럽 IB들의 주가가 과거와 비교해 형편없이 싸졌다. 정부 당국이나 국내 금융회사들도 리먼 등 해외 금융기관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 해외 IB 주가 추풍낙엽

올 3월 미국 5위 IB인 베어스턴스가 JP모간체이스에 매각되면서 4위인 리먼은 ‘그 다음 차례’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그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에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리먼을 둘러싸고 대규모 감원, 인수합병(M&A)설 등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다. 리먼은 2분기에 28억 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상장 이후 첫 분기적자를 냈다.

결국 올해 2월 주당 66달러였던 리먼의 주가는 상반기 내내 곤두박질치더니 7월 한때는 12.40달러까지 떨어졌다. 6개월 내에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까지 내려갔으니 거의 폭락 수준이다. 29일 현재 주가는 주당 16.88달러.

메릴린치의 주가도 5월 초엔 52달러였지만 29일 현재 26달러까지 추락해 ‘반 토막’이 났다. 씨티그룹은 2월 초 주가가 30달러에 육박했지만 7월 중순 한때 14달러까지 내려갔었다.

○ 한국 금융계에서도 지분 투자 시동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수십 년 내로 미국에 이런 금융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없는 만큼 미국 금융회사 인수에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외국계 대형 IB의 인수를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도 주가가 떨어진 글로벌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계획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인수를 진행한다면 우선 한국투자공사(KIC)나 국민연금이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KIC는 이미 메릴린치 지분의 약 5%를 갖고 있어 싱가포르의 테마섹에 이어 2대 주주다. 중국 부실채권 투자 경험이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은행들과 함께 지분 투자를 하거나 정부 지분이 있는 한국산업은행, 우리금융지주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인수에 나선다면 유상증자에 참가하거나 전환사채(CB)를 받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을 일반 유통시장에서 대량으로 사려면 해당 회사의 주가가 올라서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정찬우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이 자체적으로 IB로 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만큼 통째로 인수해오는 것이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굳이 10위 안의 대형 회사를 고집할 필요 없이 소규모로 특화된 IB를 노려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IB 경영권 확보는 부정적 시각 많아

정부의 IB지분 인수 계획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투자 목적이 아닌 경영권 취득을 위한 IB지분 인수는 아직은 한참 원론적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에도 외국자본이 자국 금융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제한규정을 두는 데다 정작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한국 금융회사들이 IB를 경영할 역량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영욱 KIC 사장은 “리먼 측에서 구체적으로 투자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메릴린치 투자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의 금융 불안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데다 미국 투자은행의 부실 규모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경영을 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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