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이 경쟁력이다]<하>지역 허브 거점 대학

  • 입력 2008년 8월 6일 02시 59분


부산대 산학협력 업체인 ㈜LHE 직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인 5만 t 유압프레스를 시운전하고 있다. ㈜LHE는 2006년 세계 최초로 5만 t 규모의 유압프레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부산대
부산대 산학협력 업체인 ㈜LHE 직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인 5만 t 유압프레스를 시운전하고 있다. ㈜LHE는 2006년 세계 최초로 5만 t 규모의 유압프레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사진 제공 부산대
캠퍼스 시설 인재 활용 ‘中企 네트워크’ 구축

산학협력 중심 대학 중에서도 지역 거점 대학들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아무런 연계 없이 흩어져 있는 해당 지역의 기업들을 하나로 모아 네트워크를 만드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 기업들은 대학으로부터 기술과 인적자원의 지원을 받아 성장 발판으로 삼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중소기업들의 오랜 침체로 지방에서 기업을 운영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취업난이라고 아우성이지만 지방대를 졸업해도 대부분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심각하다. 이런 기업들에 지방의 산학협력 중심 대학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경북대 교내에 37개 회사 입주… 전자-IT분야 급성장

부산대 석박사 연구 인력 협력기업에 적재적소 배치

순천대 인쇄전자공학 등 ‘맞춤형 교육’으로 기술 지원

○‘전자 대구’ 이끄는 경북대

“아직도 대구라고 하면 섬유산업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요. 인접한 대구와 경북 구미시에 있는 회사들끼리도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역산업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허브가 되기로 했죠.”

대구 경북 지역의 산학협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북대 이상룡 산학협력단장은 대구의 전자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섬유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무너지고 삼성 LG 등 대기업의 공장이 속속 떠나면서 중소기업들이 돈 가뭄에 시달렸다.

경북대는 전자와 정보기술(IT)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경북대의 전자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인재들을 학교가 붙잡은 것. 현재 캠퍼스 안에는 37개 회사가 있고 특히 IT 기업들은 13층 규모의 모바일테크노빌딩에 따로 입주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퓨전소프트는 경북대 창업보육센터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8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의 단독 사옥을 세울 정도로 성장한 대표 작품으로 꼽힌다.

박경욱 퓨전소프트 대표는 “처음에는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주요 수익 모델이었는데 경북대 박영철 교수의 데이터베이스시스템 연구실과 함께 연구를 하면서 하드웨어 부분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북대가 부설 연구소 역할을 해줘서 대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연매출 200억 원이 넘는 회사로 키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경북대가 역점을 두는 ‘이(異)업종 기술 융합화사업’도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업종이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다양하게 연결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술협력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지역인재의 산실 부산대

경남 김해시의 ㈜LHE는 2006년 세계 최초로 5만 t짜리 유압프레스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량 수입해 사용하던 초대형 판형 열교환기 개발에 5년 이상 투자해 얻은 성과다.

LHE의 성공에는 부산대의 인력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부산대는 우수 학생들을 기업에 보내는 한편 창원대, 한국해양대 등 인근 대학의 연구 인력들과 함께 기술개발도 주도했다.

임혁 대표이사는 “지방 중소기업들이 가장 어려운 것은 돈도 기술도 아닌 사람”이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현장에 실습을 나왔다가도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학협력에 참여한 석사 박사급 연구 인력들이 해당 기업에 뿌리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강범수 부산대 산학협력단장은 “지역의 CEO 중에는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돈보다는 기술에 대한 욕심으로 독립한 경우가 많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에 가장 큰 선물은 우수한 인재 지원”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는 협력기업을 선정하는 전담 교수까지 두고 있는데 CEO가 얼마나 인재를 키우려는 열의가 있는지가 선정 기준이다.

과거에는 산학협력이라면 ‘회사는 돈을 대고 학교는 사람을 대주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학교가 연구 인프라를 통해 인재를 제공하면 회사도 이를 더 발전시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논리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 연구한 교수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지원해 주는 것도 부산대의 역할이다.

○호남 경제 견인차 순천대

순천대는 광주와 전남, 제주 권역을 아우르는 산학협력 중심 대학으로서 광양만권의 기업들과 연구진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병일 순천대 산학협력단장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급자 중심의 비효율적인 산학협력이 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 대학은 광양만권 기업들의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계약학과를 만드는 등 지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순천대는 기업과의 계약을 통해 계약형 학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운영 규정을 만들었다.

KT 순천지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비쿼터스 통신공학 전공을 설치한 데 이어 ㈜파루 직원을 대상으로 인쇄전자공학 전공을 만들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학칙을 개정해 계약형 대학원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대학과 산업체의 인력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교수가 산업체에 나가 파견 근무를 하고 기업 CEO를 산학협력 겸임교원으로 임명하는 것도 순천대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부산·대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산학협력 사업단장에게 듣는다▼

‘기업위성연구실’ 운영 실무능력 키워

경북대 이상룡 교수

繹求遊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