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규정 위배… 부실-방만경영 부추겨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잇따라 방만 경영, 부실 경영 지적을 받은 한국전력공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자체 감사를 허술하게 진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정된 ‘공기업·준정부기관 감사기준’에 따르면 공기업 등의 감사는 업무 수행 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감사가 자기 책임 아래 감사결과를 처리하고 그 결과만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이사장 등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한전은 자체 감사규정은 엄격하게 정해놓고도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감사 과정을 감사 대상인 사장에게 보고하도록 해 놓고 있다.
자체 감사규정에는 ‘감사의 독립성은 실질적 독립성뿐만 아니라 독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 배제 등 외관상의 독립성도 포함된다’고 명기했지만 별도의 ‘감사 개별업무 권한’ 세부 규정에서는 △감사목표 및 기본 방침 △종합감사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종합보고, 시정요구, 시정결과보고 △조사 업무 시 사안발생 보고, 대외기관과의 협조 등의 사안을 사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한전 측은 이에 대해 “일종의 통보 개념으로 사장에게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 시작부터 진행과정 전반에 대한 ‘통보’를 하게 한 것은 결국 ‘협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도 공단 감사규정(17조)에서 감사실장이 연간감사계획을 종합해 감사와 이사장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또 이 과정에서 감사 대상인 이사장이 연간감사계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외부감사 수감계획 및 특별사항조사와 그 결과 보고에 대해 이사장 결재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최근 민주당 전현희 의원실에 제출한 ‘건보공단 감사 보고서’에서 “건보공단은 징계 등 자체 감사결과도 이사장 결재를 받아 처리함에 따라 감사의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감사는 경영책임자인 사장이 문제가 있을 경우 고발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상당수 공기업에서 자체 감사들이 관례적으로 사장 또는 이사장과 감사 과정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