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잡을까’ 기대반 ‘경기 더 얼어 붙을까’ 걱정반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한은 “성장보다 인플레이션 막는게 시급” 판단

中企-서민가계 대출이자 부담 커져 시름 커질듯

기준금리 1년만에 0.25%P 전격 인상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 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한국은행 본연의 임무(물가 안정)를 생각해야 할 때다.”(7월 10일, 이성태 한은 총재)

지난달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직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던 이 총재가 한 달여 만인 7일 드디어 ‘금리 인상’의 칼을 빼들었다.

‘기대 인플레이션’의 확산을 막고 통화당국의 신뢰도 지키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통화정책의 무게중심 물가로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경제)성장률은 당분간 낮아지겠지만 7월 초 (한은이) 발표한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전망(평균 5.2%)보다 조금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한은이 경기둔화 우려보다 물가불안을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6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올랐고 7월에는 5.9%로 치솟았다. 8월 상승률은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정한 물가안정 목표(연평균 2.5∼3.5%)를 한참 뛰어넘은 것이다.

시중에 풀린 돈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6월 중 M2(넓은 의미의 통화) 증가율은 작년 동월 대비 15.1%로 9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5월의 15.8%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것)도 0% 수준으로 떨어졌다.

○ 가계, 기업 부담 증가 우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8%대까지 줄줄이 올릴 태세다. 하지만 금리 인상분이 이미 시중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인상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주택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건설업체 등이 특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현재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0.14%포인트 오른 1.14%였다.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해 한은의 전망치(5.0%)를 밑돌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낸 논평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유동성 축소를 통한 물가상승 억제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에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켜 투자와 소비의 위축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가계 부문은 원리금 상환에 큰 문제가 없는데 걱정이 되는 부분은 영세기업, 종소기업 쪽”이라며 “내수가 나빠져 부실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조금씩 악화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시발점이 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한은 “물가 움직임 보며 통화정책 운용”

금융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쏠리고 있다.

이 총재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이상 올랐다”며 “물가 상승률도 당분간 3%대로 떨어지기는 어렵고 몇 달 동안 꽤 높을 것으로 보여 이런 점을 염두에 둬 가며 통화정책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심리 확산-임금 상승-기업의 생산비 증가-추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조짐이 보이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발언의 강도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보다 수그러들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최근 경기 둔화세를 고려할 때 금통위가 연내에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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