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공고를 내도 문의전화가 오지 않습니다. 지방 중소기업이라 하면 젊은이들은 손사래를 칩니다.”(경남 의령군 브레이크 부품 제조업체 사장)
지난달 중소기업 대표들이 제주에서 ‘1사(사) 1인 추가 고용’ 결의를 다졌지만 상당수 중소기업은 경영난으로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인력을 더 채용하고 싶어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도 많았다. 전체 채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채용 인원이 더욱 줄어드는 가운데 구직자의 요구조건은 높아지고 정작 필요한 인원은 구하지 못하는 채용의 왜곡현상으로 중소기업이 ‘신음’하고 있다.>>
경기가 안 좋아…인건비 부담에 비정규직법 걸림돌
문열어도 안 와…지방근무-복지열악 들어 지원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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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곳 중 1곳만 “하반기 채용”
동아일보 산업부는 중소기업연구원과 함께 지난달 7∼18일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473개사를 대상으로 ‘인력채용 현황’을 조사했다.
올해 하반기(7∼12월)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은 145개사(30.7%)에 불과했다.
장기 전망도 부정적이다. ‘향후 정규직 직원을 늘리겠느냐’는 질문에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24개사(26.2%)에 그쳤다. 늘리지 않는 이유로 ‘인건비 부담’(32.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인건비와 관련해 냉동기 부품회사인 무한ENC(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이동조 사장은 “구직자들은 회사가 지급하려는 연봉보다 평균 30% 더 높게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잘못된 정부 정책이 중소기업의 인력 채용을 막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 민주당 대표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최저임금제나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채용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의 한 간부는 “최저임금은 일률적으로 월 78만7930원(209시간 근로 기준)인데 지역별 물가수준이나 노동자의 생산능력 차이 등이 감안되지 않았다”며 “낮은 임금에 일하려는 고령자들이 많지만 최저임금제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구직(求職)난이 아니라 구인(求人)난
경북 경산시 진량읍 소재 A 봉제공장은 1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갖고 있지만 현재 30여 명만 입주해 있다.
이 회사 N 사장은 “한때 직원 수가 1400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250명 정도”라며 “기본적으로 자동화설비 도입 때문이긴 하지만 지방 중소기업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구인난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계식 주차 설비를 제조하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씨마테크는 해외영업을 담당할 인재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이 회사 반원익 사장은 “기계분야를 알면서 영어능력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인재가 중소기업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일반인 400명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40.0%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피 이유로는 낮은 급여(50.6%), 고용불안(22.4%), 복지미비(9.4%) 등이 꼽혔다.
김선화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채용도 활발하기 때문에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적극 육성하는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