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GS그룹, 한화그룹 등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실탄’ 확보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자금 조달 목적을 ‘운용 자금’이라고 밝히지만 대우조선 인수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최소 4조∼5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5000억 원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포스코는 5억 달러(5150억 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엔화로 발행해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교환사채의 차환이 목적이다.
7조 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가 회사채와 교환사채 재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대우조선 인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인수에 필요한 돈을 미리 확보해 두려는 목적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그룹은 올해 초부터 대규모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오고 있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전환사채 발행 한도를 5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늘렸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거래 금융회사뿐 아니라 전문 투자자에게도 발행할 수 있도록 배정 범위가 확대됐다.
재무적 투자자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GS그룹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지난달 30일 회사채를 발행했다. 원화 표시 3000억 원과 달러 표시 1억8500만 달러 등 5000억 원에 육박한다. 이 회사의 회사채 발행은 2001년 9월 이후 7년 만이다.
GS그룹 측은 “시설 투자 목적으로 조달한 자금”이라고 밝혔지만 대우조선 인수 후 재무 안정성까지 고려한 유동성 확보라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과 한화건설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6월 말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이 3300억 원을 유상 증자했고 한화건설은 5월 말 185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조선을 노리는 기업들이 자기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많이 끌어들이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미리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