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도 한달만에 최고수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미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가치가 하락하던 미 달러화가 최근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뉴욕 월가에서는 유럽, 일본 등의 경기둔화로 2001년 이후 7년여 동안 이어지던 약(弱)달러 기조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 “약달러 기조 끝날 수도”
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화 환율은 전날보다 0.0319달러(2.08%) 하락(달러화 가치 상승)해 1.5005달러로 떨어졌다.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달러-유로화 환율의 하락폭은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두 번째로 컸다.
1일 1.5564달러였던 달러-유로화 환율은 일주일 새 3.6% 급락했다. 미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110.21엔에 거래돼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런 달러화 강세 움직임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의) 외환 트레이더들이 달러 약세 포지션을 대거 청산하고 있으며, 달러화에 주요 통화가 ‘항복’하고 있다”면서 “달러 환율이 분수령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달러화는 역사적으로 5∼7년 주기로 강세와 약세를 반복해왔는데 지금이 약세장의 끝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유럽, 일본 등의 경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되는 데서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통화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유럽, 일본의 경기가 하강하면 이 지역의 중앙은행들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최소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져 유로화, 엔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7일 “유럽경제의 성장세가 3분기(7∼9월)에 특히 약화될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췄다.
○ 한국 경제에는 ‘일장일단’
달러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원유,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 쏠려 있던 투기적 자금들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몰리기 때문에 국제유가 등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데도 원유 등 수입물가가 크게 올라 무역수지,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있던 한국으로서는 숨을 돌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화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오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운용에서 물가상승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7일보다 11.40원 급등한 1027.9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8일(1032.70원) 이후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올라선 지 하루 만에 역외 원-달러 환율도 1030원대로 급등했다. 8일(현지 시간) 뉴욕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 물 환율은 전날보다 9원 급등한 103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의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원-달러 환율이 1030∼104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정부가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대규모 달러 매도개입에 나서면 환율상승이 억제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환율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에 부정적 여론이 높아져 적극적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