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盧정부 5년간 채용 자료 모두 폐기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3분


정규직-인턴 선발과정 비리 은폐 의혹

작년 채용 정규직 자료 한달도 안돼 폐기

면접만으로 뽑은 인턴 모두 정규직 전환

대한주택공사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정규직 사원 및 인턴사원을 채용하면서 최소 5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채용시험 자료 원본을 시험이 끝난 후 1년여 사이 모두 파기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007년 11월 말에는 정규직 195명을 선발했으나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2월 27일 답안지와 채점표를 모두 파기하기도 했다.

특히 필기시험 없이 면접으로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인턴사원의 면접서류 폐기는 인사 청탁 등의 채용 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주공은 1990년대부터 운영해 온 인턴사원 제도를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이후 5년간 더욱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기간 대부분을 친노무현 인사가 사장을 지냈다.

13일 주공과 감사원에 따르면 주공은 2003∼2007년 정규직 신입사원 794명과 인턴사원 441명을 뽑았으나 이들의 채용시험 답안지와 면접관이 작성한 채점표를 모두 파기했다.

필기시험 답안지 및 면접채점표 원본은 불합격자들의 이의신청이나 소송, 감사 등에 대비하고 채용 비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다.

특히 면접으로만 선발하는 인턴사원의 경우 면접 점수표의 원본을 파기한 것은 비리 의혹을 살 수 있는 부분이라고 공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지적한다.

최근 정규직 신입사원의 채용 관련 기록을 파기한 사실을 확인한 감사원은 “문서보관규정을 어겼다”며 당시 인사담당자 3명(1, 2, 4급)의 징계를 요구했다.

주공은 이에 대해 “보관 장소가 없고 조직 개편 때문에 사무실이 복잡해서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공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정규사원과 다름없는 인턴사원을 필기시험 없이 면접으로만 채용하는 것도 석연치 않고 채용자료 원본을 파기했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공의 인턴사원은 1년 이내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인턴기간 중에도 봉급을 정규직의 70∼80%나 받았다. 면접 점수는 외부의 입김 작용이 쉽기 때문에 이를 파기하는 것은 채용 비리 감추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서류는 채용 과정에서 부정이 있거나 다툼이 있을 때 소송의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폐기해서는 안 되는 게 상식”이라며 “주공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공은 “우수한 인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인턴제도를 운영해 왔을 뿐 인사비리는 없었다”며 “원본은 없지만 답안지 내용과 채점 결과는 모두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고 밝혔다.

채용비리가 없다는 점을 감사원도 확인했다는 주공 측 주장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서류가 없어 확인을 못한 것일 뿐 채용비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누가 어떻게 입력했는지 모르는 컴퓨터 저장 자료와 원본은 법적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성남=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관련기사]‘신이 내린 인턴’…100% 정규직 전환 - 정규직 봉급의 70%

[관련기사]‘주공+토공’ 부채 66조원… 양측 입장 달라 난항예고

[관련기사]공기업 27곳 민영화… 주공-토공 통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