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201개 지방 공기업 2006년 358개로
“난립 심각… 설립절차 강화하고 통폐합해야”
2002년 5월 문을 연 경기관광공사는 지난해 19억4200여만 원의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는 46억5400여만 원에 이른다. 2005년 12월 설립된 인천관광공사도 2006년 17억8000여만 원에 이어 지난해 31억800여만 원의 적자를 냈다.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한 지방공기업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14일 행정안전부의 2002∼2006년 국내 지방공기업 결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직원 1인당 매출액은 2002년 1억6477만 원에서 2006년 1억6019만 원으로 줄었다. 1인당 순이익도 같은 기간 168만 원 흑자에서 1105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4년 만에 부채 15조 원 늘어=지방공기업 전체의 매출액은 기업 수 증가로 2002년 7조6914억 원에서 2006년 9조5925억 원으로 24.7%(1조9011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부채는 같은 기간 15조2937억 원(74.7%)이나 늘었다. 2002년 부채는 20조4484억 원이었으나 2006년은 35조7421억 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2002년 786억 원 흑자에서 2006년 6618억 원 적자로 반전됐다. 2003년부터 4년째 적자 행진이 이어졌고 5년간 누적 당기 순손익은 1조4107억 원 적자.
기업 수가 늘어나면서 자산(57조856억 원→95조3494억 원)과 자본금(36조6372억 원→59조6074억 원)은 증가했으나 급증하는 손실과 부채로 내실 없이 몸집만 키운 셈이다.
2006년 지방공기업 전체로는 자본금 59조6074억 원에 매출 9조5925억 원, 적자 6618억 원을 낸 구조다. 같은 기간 건실한 중앙공기업 한국전력공사가 자본금 3조2078억 원과 매출 26조9790억 원에 당기순이익 2조705억 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지방공기업이 얼마나 부실한 경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중앙정부는 줄이고 지자체는 늘리고=지방공기업은 2002년 285개사에서 2006년 358개사로 25.6% 늘었다. 이는 2005년까지 행안부에서 관리하다가 보건복지부로 넘긴 지방의료원(지방공사) 34개사는 제외한 수치다.
행안부가 지방자치제를 처음 실시한 1995년 201개사에 불과하던 지방공기업은 2006년 358개사로 무려 178.1% 늘었다. 지방공사는 1995년 16개사에서 2006년 38개사로 137.5% 증가했다. 지자체가 전액 투자한 지방공단도 7개사에서 62개사로 9배 가까이로 늘었다.
반면 국가 공기업인 정부투자기관은 1995년 19개사에서 2006년 17개사로 2개사가 줄었다. 중앙정부는 공기업을 줄이는 데 지자체는 거꾸로 늘리는 양상이다.
지자체가 이처럼 지방공기업을 늘리는 것은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도 거둬 지방재정을 늘리기 위해서지만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는 사례가 많다.
▽단체장 멋대로 세워=지방공기업은 전문기관에 설립 타당성 검토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형식적인 요건에 불과하고 지자체장의 의지와 지방의회의 승인 여부에 좌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1999년부터 행안부 장관의 지방공기업 설립인가권마저 폐지돼 지자체장이 설립을 결정하고 조례가 제정되면 별도의 인가조치가 필요 없다.
전남 여수시는 최근 지방공사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의회와 시민단체가 지방공사의 설립을 반대하고 있지만 여수시는 도시 재개발과 택지·관광지 개발, 민간 투자 유치용 용지 개발 등을 이유로 회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기초지자체들이 앞 다퉈 세우는 시설관리공단 등 지방공단의 경우 수익을 내는 기업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공단으로 분류돼 손익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지방공기업 적자 행진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설립 절차 강화 △부실 지방공기업 통폐합 △권역별 광역공사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이사회 설립 등을 꼽고 있다.
신두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방공기업의 설립은 이윤 추구가 아니라 상·하수도 사업처럼 공공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하는 것도 있다”며 “하지만 지방공기업도 기업인 만큼 경영에 민간 출신을 늘리고, 민간 기업과 경쟁할 자체 수익사업을 하는 혁신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군살빼기 등 대수술… 개혁 4년만에 86% 흑자로▼
■ 日 지방공기업 혁신
3216억 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해 162억 엔의 헐값으로 미국의 투자회사에 넘겨졌다. 시가이어 테마파크는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01년부터 2, 3년 동안을 ‘경제 집중조정 기간’으로 정해 부실채권 정리 등 구조개혁을 본격 추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의장을 맡고 있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운용 방침에는 지방공기업에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해 군살을 빼는 등 지방공기업을 수술하는 개혁안도 포함됐다.
일본 총무성의 지방재정백서(2007년) 등에 따르면 지방공기업 수는 2003년 1만2476개에서 2005년 9379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도 40만6496명에서 39만2441명으로 줄었다. 2004년에만 경영개혁의 일환으로 지방공기업이 1497개사나 사라졌다. 이후 지방공기업의 재정 상황은 점차 호전됐다. 2005년 일본 지방공기업 가운데 매년 결산을 하는 9148개사 중에서 흑자를 낸 기업은 86.5%인 7911개사였다. 지방공기업 전체로 보면 2767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상·하수도사업에서 직원급여와 지불 이자가 줄어 2005년에는 2004년보다 177억 엔의 수지개선을 이뤘다.
2004년에는 전체 지방공기업의 83.7%가 흑자를 냈고 흑자 규모도 2590억 엔으로 2005년보다 적었다.
일본 총무성은 2005년 3월에는 지방공기업에 ‘신지방행정개혁지침’을 내렸다. 신지방행정개혁지침은 △재정상황 점검 △민간경영기법 도입 △중기경영계획 수립 등이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2000년 초 일본 지방공기업이 경영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것과 현재 우리나라 지방공기업의 문제점이 유사하다”며 “관료주의적 조직체계, 정실인사 등의 폐단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