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시장도 이달 들어 순매수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은 한 달 전만 해도 1.59달러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이날 1.49달러를 나타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약세에 대한 헤징차원에서 그동안 원유 및 원자재에 투자됐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하게 된다. 달러 표시 자산이나 금융 상품의 투자 가치가 커지기 때문.
이에 따라 신용경색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자금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고, 이들의 이머징 마켓(신흥시장) 국가들에 대한 투자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또 달러 강세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부채질해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충격을 덜어주고 투자심리 호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약 5조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이달에는 매도세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7일에 이어 12일 1600억 원을 순매수했고, 14일에도 627억 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채권 시장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월간 기준으로 2년 5개월 만에 국내 채권을 순매도(―2조7000억 원)했지만 이달 들어 13일까지 1조2000억 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금융감독원 도보은 팀장은 “외국인들이 7월에 자금 압박 때문에 채권을 매도한 반면 지금은 달러 강세로 유동성이 좋아지면서 한국에 되돌아오는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순매도 규모가 줄어든 것도 달러 강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 美 금융위기 재발 땐 언제든 자금회수
최근 달러화의 강세 반전은 지금까지의 ‘나홀로’ 원화 약세와 다르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약(弱)달러 속에서도 원화 가치는 바닥이었고 유가 상승마저 겹쳐 국내 물가가 앙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달러 강세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보니 원자재 가격 하락과 경상수지 적자 개선이라는 선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물가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수출이 촉진돼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여도 정부는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재연되면 외국인들은 언제라도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다시 자금을 뽑아 현금 확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더 심해져서 생긴 현상”이라며 “결국 미국 경기침체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 결과로 해석되기 때문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원자재 수입국인 한국의 증시 반등을 노리고 들어온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