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돈줄은 ‘골드맘’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내 아이에겐 최고급 제품을”

방문횟수-구매력 가장 앞서

8개월 된 딸을 둔 김민지(31·서울 서초구 양재동) 씨는 물티슈만 3종류를 산다. 칫솔질 대신 입 안을 닦아 줄 구강청결 티슈, 입과 손 전용 물티슈, 기저귀를 갈 때 사용하는 물티슈 등이다.

딸의 옷은 화학첨가제가 들어 있지 않은 천연 세탁비누로 빨고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섬유유연제 대신 일본산 액상 구연산을 물에 풀어 쓴다. 한 달에 물티슈와 세제를 사는 데만 5만∼10만 원이 든다.

김 씨는 “요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유아 위생용품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라며 “아토피나 천식 걱정 때문에 이 정도 지출은 큰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소비시장의 ‘큰손’ 골드 맘

최근 2, 3년간 ‘골드미스’가 소비시장의 ‘큰손’이었다면 올해는 김 씨처럼 어린 자녀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골드 맘(Gold Mom)’이 큰손이다.

대형마트 업계 최다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가 6월 7세 이하 자녀를 둔 30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회원제 클럽 ‘맘키즈’ 회원들의 구매성향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한 달 용품 구매 횟수는 3.9회로 일반 고객(2.8회)보다 1.1회 많았다. 맘키즈 회원의 월 구매금액도 1인당 25만7000원으로 일반 고객(13만4000원)의 2배 가까이 됐다.

골드 맘들이 대형마트에서 주로 사는 제품은 분유, 기저귀, 물티슈, 어린이치약 등 육아와 관련된 필수 소비재. 보름 정도면 다 써버리는 소모품이 대부분이어서 골드 맘들의 매장 방문횟수도 잦았다.

가구당 자녀수가 줄면서 유아 관련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매일유업의 프리미엄급 분유 ‘앱솔루트 궁’의 소비자가격은 일반 분유의 2배 가까운 2만7000원 선이지만 상반기(1∼6월)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40% 늘었다.

골드 맘들의 구매력이 갈수록 커가면서 요즘 유통가에서는 ‘유모차 대여율을 보면 그날의 매출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됐다.

남윤용 신세계백화점 본점 마케팅팀장은 “유아를 동반한 고객이 매장을 많이 찾을수록 매출은 가파르게 오른다”고 말했다.

○ 골드 맘 잡아라

유통업계는 골드 맘을 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맘키즈 클럽 회원에게 할인쿠폰북을 주고 자녀가 둘 이상인 고객에게 카드 포인트를 2배로 적립해 준다. 맘키즈 클럽 회원은 2006년 말 9만1000여 명에서 현재 29만7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유현 이마트 고객기획팀 과장은 “아이와 엄마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 관람권이나 무료 도서 증정행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식품 매장에 ‘깜찍한’ 크기의 어린이용 카트를 배치했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비스킷, 요구르트, 과일 등을 카트에 담으며 놀이하듯 장보기 체험을 유도한다는 것이 백화점 측 설명이다.

또 카트에 아이를 앉힌 채 쇼핑하는 주부가 늘자 롯데홈쇼핑은 쇼핑 카트용 어린이 위생 커버를 선보였다.

패션업계의 FnC코오롱도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매장에서 숍인숍(shop in shop·가게 속 작은 가게) 형태로 판매하던 어린이용 패션 브랜드 ‘리틀마크’ 사업을 강화해 조만간 독립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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