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부담을 다소 덜었지만 지속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일 수 있어 외환당국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10원 오른 1046.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를 타고 올해 가장 환율이 높았던 지난달 4일 1050.4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물가 상승을 우려한 외환당국이 지난달 7일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화한 이후 환율은 크게 떨어져 1000∼1020원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오름세를 다시 이어갔고 8일 1020원대, 11일 1030원대를 넘어섰다.
이날도 달러화 강세 속에서 달러 사자 주문이 팔자보다 많은 매수 우위의 시장 흐름이 지속되면서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국제유가가 110달러 선으로 떨어지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을 우려하던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가 약해질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상승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이날 ‘주간금융시장’ 보고서에서 “글로벌 달러화 강세와 함께 세계 경기가 둔화되며 한국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돼 이번 주 환율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며 “외환당국의 개입과 수출업체의 매도 물량,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의 완화 등이 환율 상승을 막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초로 돌아가자 외환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부담은 다소 덜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11일 원-달러 환율이 1030원을 넘어서자 “지나치게 빠른 환율 상승 속도에 우려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선 바 있다.
달러 강세의 큰 흐름 속에서 외환보유액을 의식해야 하는 외환당국이 쉽사리 개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나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너무 빨리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의 일방적인 쏠림현상이 나타나는지 주시하고 있으며 과도한 변동성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일본 도쿄(東京) 외환시장의 엔-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0.72엔 오른 110.17엔에 거래를 마쳤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