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시간 제한 직불카드 시들… 체크카드 급부상
서울대는 올해 2학기부터 직불카드 기능이 포함됐던 기존 학생증 대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기능을 갖춘 새 학생증을 2만6000여 명의 학생에게 발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농협과 제휴해 만든 새 학생증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물건을 살 때 포인트 누적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측은 카드 수수료 일부를 학교 발전기금으로 돌려받게 된다.
서울대의 이번 결정은 신용카드와 ‘변종’ 직불카드인 체크카드에 밀려 퇴장 위기에 놓인 직불카드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1인당 카드 3.78장 보유한 ‘카드 대국’
19일 한국은행의 ‘주요국 지급결제 통계’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발급된 전체 결제카드는 약 1억8300만 장. 이 중 신용카드가 9200만 장, 직불카드(체크카드 포함)는 9000만 장 등이다.
국민 1인당 결제카드 수는 신용카드와 직불·체크카드를 포함해 3.78장으로 ‘카드 대국’인 미국(5.30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신용카드 이용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인당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1.91장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미국(4.39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2005년 기준으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4%로 캐나다(15.3%) 미국(14.2%) 영국(11.1%)보다 크게 높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예금 잔액 범위 안에서 결제할 수 있는 직불카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신용카드가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
○ 직불카드 몰락… 체크카드 인기 끌어
직불카드는 예금 잔액 내에서 결제할 수 있어 합리적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가맹점 수가 적고 이용 시간 등이 불편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2007년 말 기준 신용카드 가맹점은 1473만2000개. 이에 비해 직불카드 가맹점은 25만2000개에 불과하다. 또 신용카드는 24시간 결제가 가능하지만 직불카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 반까지만 쓸 수 있다.
예금 잔액 내에서 결제할 수 있고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새벽 시간대 10∼30분을 제외하고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변종 직불카드인 ‘체크카드’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직불카드는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다.
5월 중 체크카드 결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7% 늘어난 2조1377억 원,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10.1% 증가한 38조40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직불카드는 38.4% 줄어든 45억 원에 그쳐 도입 첫해인 1997년 1월 40억 원 수준으로 돌아가 사실상 ‘퇴장 위기’를 맞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직불카드의 퇴장을 아쉬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직불카드 사용을 늘려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가맹점이 지불하는 직불카드 수수료율은 평균 1.5% 정도지만 신용카드는 약 2.5%, 체크카드 약 2%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카드 비중을 낮추기 위해 체크카드 사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