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캣, 하이폰, 다이아몬드폰….’
중국 업체들이 각각 삼성전자의 애니콜, 애플의 아이폰, LG전자의 샤인폰을 모방해 내놓은 ‘해적 휴대전화’다. 이들 제품은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기능은 기본이고 일부는 TV 수신이나 블루투스, 터치스크린, 전자북, 대용량 메모리 등 최신 휴대전화의 기능을 갖췄다.
중국에서 고성능 해적 휴대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 KOTRA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는 ‘산쩨이지(山賊機)’로 불리는 해적 휴대전화가 1억5000만 대 이상 유통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업체 휴대전화의 외형은 물론 기능까지 그대로 베낀 데다 내수(內需)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되는 게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해적 휴대전화의 원가는 450위안(약 6만7000원)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정품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 700∼800위안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해적 휴대전화가 활개 치는 까닭은 대만에서 휴대전화칩 기술을 상용화해 영세업체도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 필요한 기능만 짜깁기해 휴대전화를 생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 또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서 휴대전화 생산 허가제도가 없어진 것도 해적 휴대전화 확산을 부추겼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해적 휴대전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토로라, 노키아와 함께 이르면 올해 안에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고, LG전자는 법무팀과 특허팀을 중심으로 상표와 디자인 도용업체에 대한 경고장을 발송하고 있다.
김병호 KOTRA 칭다오(靑島)무역관 지재권보호데스크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해적 휴대전화 생산의 무법지대와 다름없다”며 “제품 품질검사 강화 등을 통해 휴대전화 생산기업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