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반지 미리 사놓으세요. 한 돈(3.75g)짜리를 10만8000원까지 해드릴게요. 언제 다시 뛸지 모르잖아요.”
20일 오후, 서울 종로3가 G귀금속 판매점 주인 이모 씨는 돌 반지 가격을 묻는 손님에게 이렇게 구매를 권유했다. 이 씨는 “금 한 돈 값이 한 달 전보다 2만 원 정도 떨어져서 금 팔기가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금 시세가 급락하면서 국내 금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금 선물 12월물 가격은 온스(31.1g)당 816.80달러로 연중 최고치인 1018.50달러보다 19.8% 하락했다.
국내 금값도 연중 최저치다. 20일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순금 한 돈의 소비자 가격은 13만1000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3월 17일의 15만7000원보다 16.56%나 떨어졌다. 정상적으로 세금이 부과된 과세금의 도매 가격도 이날 11만4400원으로 연중 최고치인 14만360원보다 18.49%나 하락했다.
국제 금값이 떨어지자 금 선물 등에 투자하는 금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금 시세와 연동되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하는 ‘미래에셋맵스인덱스로골드재간접자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8일 기준으로 ―9.67%, ‘KB골드파생상품A클래스’ ―9.3%,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자투자신탁’은 ―16.99%다.
계좌를 이용해 금 거래를 하는 골드뱅킹의 수익률도 금 가격 하락으로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 수익률 50%를 넘었지만 3월부터 수익률이 하락해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1%다.
올해 초에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화를 대신하는 안전자산으로 금이 주목을 받아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섰고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면서 금값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때문에 수입 비용이 늘어나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만큼 하락폭이 크진 않다.
이날 종로3가의 귀금속 상가에서도 최근 금값 하락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었다. 금을 구입하러 상가에 들른 손님도 많지 않았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초보다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비싼 편”이라며 “한 돈짜리 돌 반지 가격이 세금을 포함해 10만 원 아래로 내려가야 본격적으로 손님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