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미지 높이고 임직원 사기 올라”… 中企로 확산
인천 남구 도화동에 있는 창호 전문업체인 이건창호 커뮤니케이션팀 김주현(32·여) 대리는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반 바이올린을 들고 회사 강당에 간다.
이건창호는 올해 초 ‘이건 앙상블’이라는 사내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희망자에게 바이올린, 첼로, 색소폰, 플루트 등 4개 악기의 강사를 지원했다. 각 악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구매처도 확보했다. 직원들은 6개월간 급여공제로 악기만 장만하면 무료로 연주법을 배울 수 있다. 김 대리는 “일터가 곧 배움터이자 휴식처여서 회사생활이 훨씬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최근 사원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과거 일부 대기업이 사내(社內)에 예술품을 소장하는 수준의 예술 활동을 지원했지만 요즘은 중견 및 중소기업도 적극 참여하고 지원 형태도 다양해졌다.
○ 중소기업 ‘문화로 모시기’ 캠페인
6월 10일 경기 과천시 광명길 국립현대미술관 대강당.
코오롱그룹 임직원 350여 명이 참석이 참석한 가운데 ‘2008 코오롱 마케팅 포럼’이 열렸다. 미술관에는 인조 잔디 소파, 흡음(吸音)보드 등 코오롱 제품으로 만든 창작 작품 8점이 전시돼 있었다.
코오롱그룹이 회사 강당을 벗어나 미술관에서 포럼을 연 것은 올해가 처음. 이수영 코오롱그룹 전략사업팀 상무는 “예술과 기업 활동이 어우러진 새로운 시도가 변화에 대한 임직원의 인식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도 예술 경영에 적극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6월 중순 ‘중소기업 문화경영 지원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중소기업에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문화경영 컨설팅까지 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계는 지난해 ‘문화로 모시기 운동’에 이어 올해도 ‘문화로 인사합시다’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은 지난해 9월 기업의 문화접대비 일부를 손비(損費)로 인정해 주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함께 실시됐다.
올해 5월 중순 캠페인 일환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기념 음악회를 열었을 때 퍼스텍아이앤씨(홈네트워크 업체)의 모든 임직원(107명)이 오후 업무를 취소하고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기업이 예술을 활용하는 것은 노사(勞使)관리를 포함한 기업경영에 크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이중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예술 작품이 일터 속으로
승명호 동화홀딩스 대표는 ‘동화의 직원이라면 누구나 나무 향기 속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는 2004년경 각 사업장의 환경을 호텔 수준으로 바꾸자는 ‘동화 클린&커뮤니케이션’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는 김개천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동화홀딩스의 직원 식당 ‘해피 라운지’, 자회사인 대성목재 인천공장의 직원 휴게실 ‘나무공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사옥의 디자인센터 등을 예술미가 물씬 나게 꾸몄다.
올해로 창립 48주년인 아주그룹은 5월 첫 사외보를 창간하면서 ‘예술 감각’을 입히기로 했다.
캘리그래퍼(calligrapher·붓을 이용해 글꼴 작업을 하는 전문가) 강병인 씨에게 의뢰해 제목 글씨체를 받았다. 표지는 화가 이수동 씨의 작품을 활용했다. 격월로 나오는 사외보의 표지 그림은 국내외 유명 화가의 작품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 로비 대신 문화예술을
제약업계는 영업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병원 의사들이 자사(自社) 의약품을 구매하도록 각종 로비를 벌이면서 구설에 자주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문화 및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외제약은 2005년 이후 매달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가수, 성악가들과 함께 전국의 장애인시설, 노인요양원 등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2000년부터 ‘간염 없는 세상을 위한 강동석의 희망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제약은 만성질환을 앓는 어린이들을 위해 병원에 찾아가 병실이나 복도에 그림을 그려주는 ‘화이자 사랑의 병원 그림축제’를 2002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