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ravel]안영석 사장 “딜러들 신바람나야 회사 살죠”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딜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하겠습니다.”

안영석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최고경영자(CEO)로서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상 밖의 대답을 했다.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난 안 사장을 22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자동차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차를 많이 팔겠다’는 대답이 모범 답안이고 초고속 승진을 하며 41세의 나이에 CEO로 발탁된 점을 생각하면 ‘국내 수입차 정상에 오르겠다’는 포부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는 딜러 이야기를 했다.

“차를 많이 팔려면 딜러들이 흥이 나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딜러들이 돈을 제대로 못 법니다. 수입차 회사에서 차 값을 너무 높게 정해서 차가 안 팔리고 재고가 쌓이니 밀어내기를 합니다.”

딜러들은 이 같은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출혈 투자를 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차를 사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는 “자동차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그중 일부를 딜러에게 주는 게 아니라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 딜러들이 모두 이익이 되는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대우자동차 출신인 그는 2004년 7월 크라이슬러코리아에 마케팅 이사로 합류했다. 2006년 크라이슬러코리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그해 11월 미국 본사로 옮겨 한국·일본 시장 책임자로 근무하다 5월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미국 본사에서 부여 받은 목표가 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 회사로서 해야 되는 역할에는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이 생각하는 수입차 회사의 역할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차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국내에 16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수익만 생각하면 안 팔리는 차종은 정리하고 잘 팔리는 차에만 집중해서 그것만 판매하면 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게 수입차 회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건 크라이슬러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안 사장은 1년 6개월간의 미국 본사 근무 경험에 대해 “한국에서는 매달 혹은 매분기 실적에 매달려 멀리 보지 못했는데 시장에서 한발 떨어져 있게 된 덕택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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