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쫓기는 것은 사람뿐이 아니다. 수풀의 꽃도 마찬가지다. 한 숲이라도 봄여름가을에 지고 피는 꽃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철 알아채고 꽃망울 터뜨리는 들꽃. 자연을 아우르는 엄연한 질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더불어 그런 자연을 인간인 우리가 다 망가뜨리고 있지 않나 반성도 한다.
자연을 만나자면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할 터. 그러려면 적어도 한두 시간쯤 등산(登山)의 발품은 팔아야 한다. 그러나 정선 오지 길에서라면 그런 수고 없이도 자연을 품에 안는다. 함백산(1572.9m)도 그중 하나다. 산 아래 만항재에서 산꼭대기 바로 밑 안테나사이트까지 도로가 놓인 덕분이다.
함백산은 강원도 남쪽의 최고봉으로 백두대간의 산이다. 그 산꼭대기에 서보라. 수많은 산봉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장대한 풍광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산의 바다’ 한가운데 외줄기 길이 뚫렸다. 은대봉과 두문동재(정선과 태백을 잇는 고개)를 거쳐 금대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 금이다. 주목 군락과 더불어 온갖 들꽃이 쉼 없이 피고 지는 이 트레킹 루트는 언제가도 멋지다.
그 아래 만항재도 못지않다. 만항재(1330m)는 허다한 반도의 고개 가운데서도 가장 높고 험하다. 영월과 정선 땅을 잇는데 어찌나 높은지 한여름에도 에어컨 켜둔 실내처럼 시원하다. 폭염이 기승이던 지난주. 평지기온은 30도를 훌쩍 넘겼지만 정오의 이곳은 23도였다.
지도를 보자. 영월과 태백의 중심을 잇는 길은 두개뿐, 국도 38호선(북쪽)과 31호선(남쪽)이다. 그런데 두 국도를 남북으로 잇는 길이 딱 하나 보인다. 지방도 414호선이다. 만항재 고갯길이 바로 여기다. 만항재는 정선, 영월 어디서고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영월 쪽으로 오르기를 권한다. 그래야만 하산 길에 옛 탄광촌인 만항마을, 국보 수마노탑이 있는 정암사도 들를 수 있어서다.
만항재를 향해 오르던 414호선 도로. 그날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제너레이션 CLS350’(V6 3.5L)으로 올랐다. 스타일은 쿠페, 승차감은 세단을 지향한 이 차는 막강한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속절없이 앞을 가로막는 급격한 커브. 그런 험로지만 7단 자동변속기의 CLS350은 부드럽게 커브를 돌파하는 여유를 보여 주었다. 그 열쇠는 에어매틱DC(Dual Control)라는 전자제어 액티브 서스펜션이었다. 좋은 차를 타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 기대치 않았던 놀라운 성능 아닐까.
고개 아래 고한의 강원랜드 호텔로 가는 길. 앞산과 뒷산에 줄을 걸고 거기에 빨래를 널었다’고 할 정도로 깊고 좁은 협곡을 지난다. 50여 년 전 ‘쫄딱구뎅’(소규모 탄광)으로 시작된 탄광촌 만항마을이 자리 잡은 곳이다. 삼척탄좌가 들어서며(1964년) ‘삼탄공화국’ 수도로 불렸던 이곳. 2001년 폐광된 이곳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는 ‘고구마 탄맥’ 고한탄광촌의 자존심이었다. 폐광 이후 만항마을도 탄광 때를 조금은 벗었다. 닭백숙 등 토속요리 식당이 들어서면서. 그래도 탄광의 정취는 주변에 여전하다.
협곡의 정암사를 지나는 414호선 도로의 끝은 ‘상갈래’. 국도 38호선과 만나는 삼거리다. 여기서 사북 방향으로 가야 고한 읍에 닿는다. 고한은 강원랜드 카지노와 하이원 스키장이 들어선 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붐 타운’. 그 강원랜드에 최근 새 명소가 생겼다. 드라마로 방영 중인 ‘식객’의 무대 ‘운암정’이다. 강원랜드가 호반에 지어 드라마 촬영장으로 제공한 운치 있는 한옥으로, 한창 세트로 활용하고 있다. 드라마 종영 후 최고급 정통 한식당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정선=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만항재=영동고속도로∼만종갈림목∼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국도 38호선∼영월∼국도 31호선∼화방재∼지방도 414호선∼만항재
▽강원랜드=만항재∼지방도 414호선∼정암사∼상갈래∼국도 38호선∼고한∼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
◇맛집
▽함백산 토종닭집=산에서 캔 갖은 약재를 넣고 푹 삶은 생약초 닭백숙을 낸다. 정선군 고한읍 고한1리 만항마을. 033-591-5364
◇뉴 제너레이션 메르세데스벤츠 CLS350
‘세단의 편안함+스포츠카와 맞먹는 파워’를 지닌 4인승의 실용성 있는 쿠페. 272마력 엔진, 가속력(0→100km/h) 7초. 7단 자동기어. 1억149만 원. ‘CLS’ 클래스는 우아함(Chic), 고급스러움(Luxurious), 세련미(Sophiscated)를 뜻한다. www.mercedes-ben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