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기업 ‘뭉쳐야 산다’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갈수록 시장 침체… M&A로 생존 돌파구 모색

글로벌 시장 새판짜기 한창… 국내서도 대형화

성장이 정체된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주요 통신업체들의 ‘덩치 키우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신시장은 2006년 말 AT&T가 미국 1위의 무선통신회사인 싱귤러를 인수하는 860억 달러(약 91조4100억 원) 규모의 대형 인수합병(M&A)이 이뤄진 뒤 수년째 유무선 통신 시장의 지각변동이 이어지고 있다.

AT&T의 싱귤러 인수에 대응해 무선통신 2위인 버라이즌은 올해 5위 업체인 올텔을 인수하며 AT&T와의 덩치 경쟁을 본격화했다.

AT&T와 버라이즌의 요금 인하와 융합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미국 무선 4위 회사인 T모바일을 소유한 독일 도이체텔레콤이 미국 내 무선 3위 업체인 스프린트넥스텔을 인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럽 통신시장도 국경을 초월한 새 판 짜기가 한창이다.

도이체텔레콤은 스페인, 프랑스에서 운영해 온 초고속인터넷 자회사를 잇달아 팔아치우는 한편 그리스의 헬레닉스텔레콤, 네덜란드의 오렌지네덜란드 같은 이동통신기업 인수에 나서는 등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스페인 최대 통신기업인 텔레포니카는 이탈리아의 텔레콤이탈리아의 대주주로 등극했으며, 영국 보다폰은 최근 인도 허치슨에사르와 가나의 가나텔레콤을 각각 인수하며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텔레포니카, 벨기에의 벨레가컴, 스위스의 스위스컴 등 유럽 통신업체들은 2006년 대형화를 위해 분리 운영돼 온 유선 모회사와 무선 자회사 간의 합병도 각각 단행했다.

중국도 올 6월 통신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무선을 통합한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차이나모바일 등 3개 회사로 시장을 재편했다.

이 같은 덩치 키우기는 통신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통신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데 이어 KT가 자회사인 KTF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또 LG텔레콤 LG파워콤 LG데이콤으로 나누어진 LG그룹 통신 진영도 다양한 대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케이블방송(SO) 시장의 시장점유율 규제 완화로 케이블방송 업체들의 대형화를 위한 M&A도 예상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M&A를 통해 연매출 60조∼90조 원 규모로 덩치를 키운 글로벌 통신업체들은 아프리카, 아시아 통신업체 인수에 나서는 등 국경을 초월한 경쟁에 주력하고 있다”며 “수년째 방송통신 시장이 정체에 빠진 국내의 기업들도 M&A를 통한 대형화와 글로벌 진출이 생존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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