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자산배분형 펀드에만 들면 증시 하락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걸까. 자산배분 자체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증시 하락기의 대안이 되기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펀드는 약관에 정해진 대상에만 계속 투자한다. 채권펀드는 채권에만 투자하고, 주식펀드는 주식에만 투자한다. 채권가격과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투자 대상을 다른 자산으로 바꾸지 않는다.
이런 투자 패턴은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부터 생겨났다. 펀드가 가장 발달한 미국은 1970년대까지 펀드매니저에게 자산을 마음대로 배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과거 수십 년간의 펀드 운용 형태를 분석한 결과 펀드매니저가 주가와 채권가격을 예측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펀드매니저의 자산배분 권한을 막아버렸다.
한국도 펀드가 주목을 받기 전에는 펀드매니저에게 자산배분을 폭넓게 허용했지만 수익률이 저조하자 2000년 이후로는 자산배분형 펀드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자산배분형 펀드의 이런 속성 때문에 이 펀드에 장기 투자하려는 사람은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투자 대상이 되는 자산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너무 많은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떨어진다. 둘째, 자산배분형 펀드의 수익률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자산배분을 잘하면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펀드매니저는 원래 주가의 방향보다는 투자하기 좋은 주식종목을 뽑는 데 치중하는 직업이어서 자산배분에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 셋째, 자산배분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과거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선택하면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