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의 재발견… 강원 가곡-신예미광산 르포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국제 광물가격 폭등에 생산재개 - 재개발 활발

‘가곡’에선 22년만에 “쿵쿵쾅쾅” 부활의 굉음

21일 오후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있는 가곡광산. 울창한 수목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데다 입간판도 없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 없었으면 광산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안전모에 달린 조그만 램프 빛에 의존해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안을 400m 정도 걸어서 들어가자 환한 불빛과 함께 귀청이 터질 듯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아연입니다. 스테인리스강처럼 녹슬지 않는 철강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필수 광물이죠.”

대한광업진흥공사 김태형 탐사사업팀 차장이 탐사용 망치 끝부분으로 가리킨 암벽에는 아연이 램프 빛을 반사해 섬광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가곡광산은 1971년부터 15년간 연평균 5만 t 정도의 아연을 생산하다가 국제 아연가격이 하락하자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1986년 문을 닫았다.

이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가곡광산은 아연가격 폭등에 힘입어 ‘광업 르네상스’를 예고하는 상징이 됐다. 가곡광산 재개발사업은 광진공이 추진하는 ‘광산 재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탐사부터 개발까지 함께 진행하는 첫 사업이다.

동아일보가 국내 신문 가운데 처음으로 찾아간 가곡광산은 본격 재개발을 앞두고 예비 탐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 ‘광산 재개발 프로젝트’ 개막

아연은 석유와 가스, 유연탄, 우라늄, 철, 구리, 니켈 등과 함께 정부가 지정하는 8대 전략자원의 하나다.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철강과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정부가 비축량 등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광진공이 국내에서 운영됐던 1884개의 금속광산을 재평가해 2020년까지 22개 광산을 재개발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도 이 같은 전략자원의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아연만 하더라도 가곡광산이 문을 닫았던 1986년 t당 836달러에서 지난해 3200달러로 급등했다.

폐광의 부활 소식에 민간업체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곡광산 재개발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곳은 6개 업체로 최근 현지답사를 끝내고 지분 구성을 포함한 세부 개발안 마련에 들어가는 등 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광진공이 확인한 아연 매장량 가치만 약 70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추가 탐사를 통해 이를 1조 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

최근에는 이곳에서 고부가가치의 특수강을 생산할 때 필수 광물인 몰리브덴과 텅스텐까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광산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광진공 관계자는 “민간을 끌어들이는 것은 자금 확보라는 목적도 있지만 민간업체에 광물 탐사 및 개발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 재조명받는 국내 광산

국제 광물자원 가격이 급등하면서 현재 운영 중인 광산의 가치도 크게 높아졌다.

21일 오전 찾아간 강원 정선군 신동읍 신예미광산도 제2 전성기를 맞아 ‘광업 부활’을 알리고 있는 곳. 1910년부터 가동된 신예미광산은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광산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면서 국내에서 유일한 철광석 광산이다.

차를 타고 갱 입구로부터 350m 밑으로 들어가자 한쪽에서는 이 광산의 주력 광물인 철광석을 생산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몰리브덴 탐사가 한창이었다. 1982년 몰리브덴 가격 폭락으로 생산을 중단했으나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생산을 하기 위한 탐사였다.

신예미광산 개발회사인 한덕철강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한 품위(몰리브덴 함량)는 약 0.2%로 경제성이 충분히 있다”며 “내년까지 정밀 탐사를 진행하면 정확한 매장량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철광석 생산량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50만 t에서 올해는 70만 t, 내년에는 100만 t 등으로 끌어올려 80% 정도를 포스코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날 신예미광산 탐사 현장을 방문한 김신종 신임 광진공 사장은 “석유나 가스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국내 산업에 필수적 원자재인 광물 가격의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며 “광물 가격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에서 운영 중인 광산은 물론 가곡광산처럼 재개발하는 광산의 가치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척·정선=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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