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대 기업 불황속 상반기만 45조 투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6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1∼6월) 시설투자는 45조8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조5907억 원)보다 16.8%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이날 내놓은 긴급 보도자료에서 “특히 600대 기업 중 30대 그룹 소속기업의 시설투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0.4% 증가한 29조1248억 원”이라며 “이는 전경련이 지난달 초 회장단 회의에서 밝힌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 증가율(15.9%)보다 4.5%포인트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의 이날 발표는 ‘대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정면 반박하는 성격이 짙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 투자를 보여주는 지표인 총고정자본이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하자 정치권과 언론 등에는 “현 정부 출범 후에도 대기업이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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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경련은 이날 “600대 기업의 이런 시설투자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소득계정상 총투자의 증가를 상반기에만 5% 이상 견인했다”며 “그런데도 총고정자본 형성이 부진한 것은 전체 투자의 50%를 차지한 건설투자의 부진 등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의 발표 내용을 정밀하게 점검하지 않고 ‘총투자 증가율 0.5%’라는 수치만 보고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른 통계 왜곡’이라는 항변이다.
또 한국은행의 총투자 추계에는 각 경제주체의 모든 투자가 포함된 데다 물가변동분을 감안한 실질 증가율이 산정돼 있지만 전경련은 상위 600대 기업의 유형고정자본투자로 명목증가율을 따지기 때문에 두 기관의 투자율 간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전경련은 “하반기(7∼12월)에도 600대 기업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연간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26%나 증가한 총 100조2000억여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률 전경련 투자고용팀장은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도 대기업의 시설투자가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들의 선제투자 전략과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같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産銀, 연간 제조업 설비투자 30.9% 확대 전망
이와 관련해 한국산업은행도 이날 15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동향을 조사한 결과 올해 연간 설비투자가 83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30.9%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정보기술(IT)산업은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에 대한 글로벌 대기업의 선제적인 투자에 힘입어 20.4% 늘 것으로 예상된다. IT산업은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투자가 줄었던 분야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세계 경기 침체에도 상반기 조사 때보다 투자 계획이 늘어난 것은 정부의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미래 수요에 선제 대응해 투자를 늘린 IT기업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