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차원에서 표적(target) 시장을 고른다는 것은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뿐만 아니라 누가 우리의 고객이 아닌지도 식별하는 것입니다.”
소비자 선택 행동 연구의 권위자인 제임스 래틴(사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마케터들은 이를 자주 간과한다”며 “대표적 실패작이 미국 애플이 1990년대 생산했던 개인휴대정보기(PDA) ‘뉴턴 메시지패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은 700달러(약 75만6000원)나 되지만 기능이 너무 많아 어떤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가 명백하지 않은 제품이었다”며 “소비자들이 ‘몇 개 기능이나 내게 유용할까’라며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모토로라의 부진에 대해서는 “타깃 선정의 실패보다 (히트작인) 레이저 폰의 성공에 안주해 새로운 혁신 방향을 잡지 못해 고전하는 것”이라며 “워크맨의 대성공 이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본 소니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마케팅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래틴 교수는 “삼성전자는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국가별, 시장별 고객의 반응을 첨단 기법으로 측정해 그 결과를 다른 시장에 재빨리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동일한 메시지를 세계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올림픽 마케팅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탁월한 최고경영자(CEO)도 영원할 수 없지만 기업 브랜드는 잘 구축하면 영원할 수 있다”며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래틴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함께 운영하는 ‘CEO 프로그램’에서 강의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