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부산에 크게 앞서… 2006년 5대항구 합해야 비슷
‘24시간 항만’ ‘컨테이너 특구’ 등 대책 쏟아내며 의지 다져
“타도 부산!” 도쿄(東京) 요코하마(橫濱) 나고야(名古屋) 고베(神戶) 오사카(大阪) 등 일본의 주요 항구들이 국제 물류경쟁에서의 참패를 설욕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주요 항구들은 통합과 제휴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중앙정부는 규제완화와 자원집중 등을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소니 샤프 마쓰시타 등 전자업계와 일본 정부가 “타도 삼성”을 위한 연합전선을 펼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 ‘사라진’ 고베항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베항은 1973년까지만 해도 컨테이너 취급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고베항’이라는 이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일본 정부의 공식 해도(海圖)에서 자취를 감췄다.
일본 정부가 인근 오사카항, 아마가사키니시노미야아시야(尼崎西宮芦屋)항과 통합해 한신(阪神)항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세 항구를 통합한 목적은 국제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종전에는 외국무역선이 세 항구를 기항(寄港)했을 때 3곳에서 각각 관련 세금을 내야 했지만 통합 이후에는 3곳을 모두 들러도 한 번만 세금을 내면 된다.
통합을 통한 대형화에 나선 항구는 고베항과 오사카항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도쿄항-가와사키(川崎)항-요코하마항을 게이힌(京濱)항으로, 나고야항과 욧카이치(四日市)항을 이세(伊勢)항으로 통합 육성하는 슈퍼 중추항만 프로젝트를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선 배경은 항만의 균형발전 논리와 이중삼중의 과잉규제가 일본 항구의 국제경쟁력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 부산항에 참패한 일본 항구들
국제컨테이너수송연감에 나온 2006년 통계를 보면 일본의 컨테이너 취급량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칭호가 무색하다.
도쿄, 요코하마항이 각각 23위, 27위였고 나고야, 고베, 오사카항은 모두 30위 밖이었다. 1980년에는 고베항의 컨테이너 취급량이 부산항의 2.3배였지만 2006년에는 일본의 5대 항구를 모두 합해야 부산항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다.
‘중기(重機)업계의 도요타’라고 불리는 고마쓰의 물류전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면 일본 항구들이 부산항에 참패한 원인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마쓰는 2006년 처음으로 부산항을 경유해 미국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노선을 개발한 뒤 이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고마쓰 측은 경유항을 일본의 항구에서 부산항으로 바꾼 결과 수송비가 15%나 줄었다고 설명한다. 고마쓰 측은 공장이 있는 가나자와(金澤)항을 정비하면 부산항을 경유하는 물류비를 추가로 8%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쏟아지는 대책
하지만 이 같은 가격경쟁력 격차를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 최근 일본 정부가 보여주는 굳은 의지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오사카 고베 등 대규모 항만에서 국제 컨테이너를 24시간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3년간 시험 운용한다. 지금까지 일본의 주요 항구들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만 컨테이너를 받아 왔다.
국토교통성은 또 현재 공공도로에서 통행할 수 없도록 된 초대형 컨테이너를 자유롭게 실어 나를 수 있는 특구를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