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들, 위장막 벌써 벗어도 되는거야?

  • 입력 2008년 8월 31일 16시 51분


위장막을 하고 있는 자동차[캡쳐화면]
위장막을 하고 있는 자동차[캡쳐화면]
GM대우 J300[출처:river406 네이버 블로그]
GM대우 J300[출처:river406 네이버 블로그]
GM대우 J300[GM 대우 제공]
GM대우 J300[GM 대우 제공]

30일 오후 1시경. 서울 수서-경기 분당간 도시화 고속도로 일원동 부근.

벌초를 가는 차량들로 제법 통행량이 많은 이 도로에서 차량 두 대가 시속 100㎞ 가량의 속도로 이른바 '칼질'(수시로 차선을 바꿔가며 빠른 속도로 다른 차량들을 앞질러 가는 일을 가리키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은어)을 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앞서가는 차량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얼핏 보면 혼다 신형 어코드를 연상케 했다. 크롬 도금된 4각형 모양의 그릴 양쪽으로 치켜 뜬 모양의 헤드램프에는 화창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원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이 차는 혼다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11월 1일 시판 예정인 GM대우의 라세티 후속모델, 프로젝트 명 'J300' 이었다.

뒤 따르는 차는 현대자동차의 '클릭'으로, 일행은 아니었으나 J300을 알아본 운전자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J300을 관찰하기 위해 앞차와의 거리를 10m 이내로 유지하며 바싹 따라 붙고 있었다.

분당에 도착해 신호등 앞에서 우연히 J300 옆에 정차했다.

아직 시판이 2개월여 남은 차량이었지만 차의 디자인을 감추기 위한 위장막이나 테이프는 전혀 없었다.

다만 트렁크 부근의 회사 로고와 회사명, 차명은 검정색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 사이에서 시판을 앞둔 차량의 디자인을 수개월 전부터 '비공식 공개' 하는 일이 일상화 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 회사는 시판 예정인 차량의 디자인이 유출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정도로 신차의 디자인은 특급 비밀에 속했다.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극대화해 시판과 동시에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대중화하고, 테스트 중인 신차만을 전문적으로 찍어서 대중에 공개하는 '카파라치'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아예 기본적인 주행 시험이 끝난 뒤에는 디자인을 미리 공개하기 시작한 것.

자동차 업체들이 위장막을 없앤 채 테스트 하는 차량들은 어김없이 네티즌들의 카메라에 포착되고, 이들이 '직찍' 사진을 동호회 등에 퍼 나르는 과정에서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J300'의 모습이 공개되자 인터넷에는 'J300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동아리가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GM대우는 기아자동차가 포르테 신차를 발표한 다음날인 22일 외국에서 판매될 예정인 '시보레' 로고를 단 J300을 언론에 공개하는 한편 'GM대우' 로고를 단 차량의 노출을 한층 강화 시켰다.

GM대우가 J300을 미리 공개한 이유는 경쟁 차종인 기아자동차의 '포르테'가 최근 시판되기 시작하자, 잠재 고객의 발을 묶어두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판된 경쟁 차종에 대한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목적 외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해 1년여 전부터 신차를 공개하기도 한다.

기아차는 1월 대형 SUV '모하비'를 시판하기 1년여 전부터 위장막을 없앤 양산 모델의 사진을 공개했다.

시판 한 달 전부터는 김익환 부회장, 정의선 사장을 비롯한 임원 27명이 직접 모하비를 운전하고 출퇴근 하며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BMW 그룹 헬무트 판케 회장도 2001년 1600cc 급 소형차 미니쿠퍼 시판을 앞두고 직접 이 차를 운전하며 출퇴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역수입 논란을 빚고 있는 현대차 제네시스 역시 올해 1월 시판되기 2개월 여 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나 동네 주차장에 세워진 모습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현대차가 내달 5일 시판 예정인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 역시 이미 수개월 전부터 내 외관은 물론이고 주행 모습이 담긴 동영상, 차량 제원과 주요 부품의 특징까지 자세히 공개됐다. 소비자들은 이 차량에 대해 이미 충분한 정보를 얻은 상태에서 시판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비밀을 유지하려고 해도 단 한군데에서 비밀이 노출될 경우 불과 몇 시간 안에 온 세상에 알려지는 게 인터넷 시대"라며 "소비자들 역시 신비주의 마케팅 보다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마케팅에 호응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신차의 모습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미리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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