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손보 서로 ‘땅따먹기’ 초비상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오늘부터 교차판매 허용… 영역 칸막이 없어져

계열사끼리 제휴로 ‘빈익빈 부익부’ 커질 듯

“그 상품은 수수료가 얼마죠?”

지난달 23일 서울 광진구 능동 삼성화재 광진지점 강의실. 40, 50대 여성이 대부분인 150여 명의 수강생은 손해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강사의 설명에 바짝 집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생명보험회사에 소속된 설계사들. 1일 시행되는 ‘교차판매’를 앞두고 앞으로 팔아야 할 손보 상품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교차판매란 생보사 소속 설계사가 자동차·화재보험 등 손보 상품을, 손보사 설계사가 종신·변액보험 등 생보 상품을 함께 팔 수 있게 한 제도다. 보험업계의 내부 칸막이를 허물면서 업종을 뛰어넘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보험 설계사들 상대편 자격증 따기 열풍

손해보험협회가 8월에 주관한 손보 설계사 특별시험에는 생보 설계사 4만7000여 명이 응시해 7월 응시자 8800명보다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협회가 실시한 생보 설계사 시험에 응시한 손보 설계사도 7월 2600여 명에서 8월엔 2만3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새 제도 시행으로 상대편 상품을 팔려면 설계사들이 자격증을 새로 따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차판매에 반대해 온 한 손보사의 설계사는 “대부분의 설계사가 바뀐 상황에 대비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나도 시험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생보, 손보를 합한 전체 설계사는 20만 명 정도. 양 협회는 앞으로 기존 설계사들의 상대편 자격증 따기 행렬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시험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바뀌는 시장 상황에서 생보, 손보 양측은 어느 쪽이 유리할지 주판알 튕기기에 바쁘다. 생보사들은 손보 상품보다 판매수수료가 높은 생보 상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의 송정희 설계사는 “생보 상품의 수수료율은 일반적으로 자동차보험의 3∼5배 수준이어서 손보 쪽 설계사들도 생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사 쪽의 전망은 반대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같은 의무 보험은 생보 설계사들이 기존 고객들에게 권하기 편해 손보 상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설계사 모시기 경쟁 치열

양측의 보험사들은 상대 진영 설계사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교차판매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 진영 설계사들에게 자기 상품을 팔았을 때의 장점을 최대한 홍보하고 교육하기 위해 관련 예산도 늘리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은 상대 진영 회사들과 활발한 합종연횡도 진행하고 있다. 제휴관계인 보험사의 설계사들을 끌어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 제일화재 등은 계열사끼리 일찌감치 제휴를 맺었다. 인지도가 높은 대형 보험사는 반대 진영에서 손잡자는 곳이 많아 여러 회사와 협상 중이지만 소형 보험사는 제휴 파트너를 찾지 못해 고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들은 교차판매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도 열심이다. 예를 들어 생보사들은 생보 상품인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보험, 장기요양보험에 손보 상품인 의료비실손보험을 하나로 통합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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