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홈쇼핑 ‘토크쇼’ 상큼한 등장

  • 입력 2008년 9월 1일 02시 59분


《“자, 이제 1분 남았습니다. 앞으로 이 가격에 이만 한 조건의 상품은 없습니다.”

홈쇼핑을 볼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쇼핑 호스트의 방송 멘트입니다. 방송을 보다 보면 왠지 지금 사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것 같죠. 주문한 제품이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왜 샀을까’ 하는 후회,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겁니다.》

노골적 광고 자제 차분한 정보 전달

IPTV와 경쟁… 콘텐츠 틀 바꿀때

그런데 최근 CJ홈쇼핑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이 제품을 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쇼핑 호스트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진행자가 제품과 관련된 정보를 방청객과 함께 토크쇼 형식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를테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팔 경우 ‘남편이 원수 같아 보일 때’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이죠. 진행자가 집안일로 바쁜 아내 대신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으로 방청객과의 대화를 자연스레 유도해 음식물쓰레기 처리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중에는 화면 하단에 제품명과 제품가격, 자동응답시스템(ARS)의 전화번호가 묶인 자막이 나오지 않습니다.

방송을 시작한 지 두 달째로 접어든 지금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된 일부 제품은 방송 중 매진을 기록할 만큼 소비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CJ홈쇼핑에 이어 GS홈쇼핑도 이달부터 토크쇼, 뉴스 형식을 빌린 새로운 쇼핑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국내 홈쇼핑시장은 CJ홈쇼핑의 전신인 39쇼핑이 1995년 8월 첫 홈쇼핑 프로그램을 내보낸 이래 시장 규모가 5조3000억 원으로 커지고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 내용은 13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채널 간 차이도 크게 없습니다.

아마도 홈쇼핑업계가 새로운 방송 형식을 채택하고 나선 데는 경쟁사와의 차별화뿐 아니라 디지털 방송 보급과 인터넷TV(IPTV)의 등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의 영향도 컸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홈쇼핑 채널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제품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의 틀부터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죠. 홈쇼핑업계의 새로운 도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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