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0일, 31일 양일간 파격적인 TV광고가 하루 종일 공중파를 탔다. 한국광고 사상 드문 파격적인 물량공세다. 이른바 '종일광고'라는 수식어가 붙은 광고의 주인공은 자동차보험 '교보AXA자동차보험(이하 교보AXA)'이다.
30일 SBS가 방영하는 24개 모든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보낸 교보AXA는 31일에는 KBS-2TV 18개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보냈다. 단 이틀간 2개 채널의 광고비만 무려 9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더 큰 화제는 광고의 내용과 형식이었다. 우선 광고시간이 일반 광고(15초)의 3배인 45초로 길었다. 광고모델이 등장하지 않고 성우의 내레이션과 자막으로만 구성된 단출한 화면도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화면구성이 오로지 글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화려한 화면에 지친 시청자들은 첫 눈에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을만한 작품이었다. 내용 역시 이제까지 행동보다 말이 우선이었던 지금까지의 보험업계 관행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높였다.
내용보다 더 파격적인 것은 바로 광고의 형식이었다. 이 광고는 성우가 문장을 읽어 내려가면서 보험의 관행을 비판하다가, 같은 문장을 거꾸로 전환하며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을 반전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순식간에 이뤄지는 반전(反轉)이 핵심 포인트인 셈이다.
교보 AXA 측은 이 광고가 주목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이후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종일광고'가 끝난 직후 온라인에서 광고인들과 누리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눈썰미 있는 누리꾼들은 이 광고가 2006년 칸 광고제에서 은상을 받은 아르헨티나의 대선 캠페인 광고와 형식이 100% 일치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누리꾼들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베끼는 관행이 광고계에서 묵인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부끄럽다"며 "이 같은 표절광고를 제작한 광고대행사는 반성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교보AXA 측은 조금 느긋한 표정이다. 일단 이 광고를 제작한 회사가 국내 광고 대행사가 아닌 글로벌 대행사라는 점을 내세웠다.
교보AXA 홍보팀 관계자는 "이 광고는 프랑스에 본거지를 둔 AXA그룹이 제작한 것으로 전 세계 50여개 제휴 국가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광고할 예정이다"면서 "법적이나 도의적인 하자가 없게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무엇보다 '종일광고'란 파격적인 물량공세를 펼쳤음에도 광고의 내용이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 번역체 문장이 눈에 거슬렸다는 평가다. 게다가 원작인 아르헨티나 대선광고의 스릴 넘치는 '반전'과 비교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