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때 투자 없이 장비 ‘숨은 역량’ 찾아 생산 늘려
‘남이 생각하지 못한 곳을 주목한다.’
권영수(사진) LG디스플레이 사장의 잇따른 ‘역발상 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일 LCD TV 위탁제조업체인 대만 암트란과 공동 출자해 LCD TV를 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제조하는 회사를 중국 쑤저우에 설립했다.
이 회사는 내년 초부터 연간 300만 대의 LCD모듈과 500만 대의 LCD TV를 생산해 미국 비지오, LG전자 등 LCD TV 제조사에 공급한다.
경쟁업체들이 LCD 패널 공장을 공동 투자로 설립하거나 LCD TV 제조업체의 지분을 보유한 적은 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처럼 패널 제조업체가 LCD TV 위탁 제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브랜드 TV업체들이 아웃소싱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이고 원가 경쟁력도 있는 만큼 이런 시장에 뛰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다.
지난해 패널시장이 호황일 때도 LG디스플레이는 시설투자를 별로 하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서둘러 설비투자를 늘려 생산량을 늘리는 와중에 LG디스플레이는 가동 중인 장비의 ‘숨은 역량’을 찾는 데 골몰했다. 그 결과 별다른 투자가 없었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생산량은 30%가량 늘었다.
때로는 ‘옛 기술’에 투자하기도 한다.
경쟁사들이 ‘10세대 생산라인’까지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7월 한물 간 ‘6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난 노트북, 모니터 등 정보기술(IT)용 패널은 주로 6세대 생산라인에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시장이 있는 곳에 투자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