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양도세 뚝… “내년 이후에 팔자”
연봉 6000만 원에 자녀가 둘인 회사원 ‘나절세’(가상인물·40) 차장 가족은 1일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따라 각종 살림살이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근로소득세는 물론이고 부동산 관련 세제가 크게 바뀌면서 언제 아파트를 파느냐에 따라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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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둥이 셋째 가져볼까 고민
나 차장은 내년으로 전망되는 부장 승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소득세율이 일률적으로 2%포인트씩 떨어지면서 연봉이 높을수록 소득세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 차장이 부장으로 승진해 연봉이 8000만 원으로 뛴다면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964만 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에는 918만 원, 내후년에는 858만 원만 내면 된다. 100만 원 이상 혜택을 본다.
부모님을 모시기로 한 데 이어 그동안 망설이던 셋째 아이도 가져볼까 생각 중이다. 소득세 1인당 기본공제액이 현행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늘어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세금공제액이 커지는 만큼 용기가 생겼다.
유치원생인 아들에게는 내년부터 태권도와 수영을 추가로 가르치기로 했다. 교육비 공제한도가 연 2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모시면서 받기로 한 15억 원짜리 주택의 증여 시점은 내년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상속·증여세율 과표(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구간이 상향조정된 데다 세율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 차장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현행 증여세법에 따르면 4억2800만 원이지만 내년에는 1억9020만 원, 내후년에는 1억7550만 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진다.
○ 아파트는 내년 이후에 팔기로
나 차장은 7년 전에 구입했으나 직장과 멀어 그동안 쭉 전세를 내줬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아파트를 올가을에 팔 계획이었다. 이 집의 살 때 가격은 4억 원이었지만 그동안 크게 올라 현 시세는 9억 원가량. 5억 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하는 것.
하지만 집 처분 시점을 내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때문이다. 나 차장이 이 집을 보유한 지는 7년이나 됐지만 수도권 2년 거주 요건을 못 채워 1가구 1주택자에게 돌아가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6억 원 이하분)을 못 받는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현행 ‘연 4%씩 공제누적’에서 ‘연 8%씩’으로 바뀌면서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액이 커진다. 또 양도세 과표구간이 상향조정되는 데다 양도세율도 현행 9∼36%에서 6∼33%로 낮아져 추가로 세금이 줄어든다.
현행 양도세법에 따라 양도차익 5억 원에 대한 납부 세금을 계산하면 1억530만 원이나 되지만 바뀐 세법에 따르면 내년에는 5470만 원으로 줄어 5060만 원이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2010년에 이 집을 같은 가격에 팔면 양도세가 5280만 원으로 190만 원 더 줄어든다.
반면 이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현 수준에서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 보유세 과표적용률이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되는 데다 세 부담 상한이 당장 올해부터 전년 대비 150%로 하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보유세는 실거래가가 아니라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데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8억 원이다. 공시가격이 앞으로도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현행 세법에 따른 이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올해 448만8000원에서 내년 496만8000원, 내후년 520만8000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과표적용률이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되면서 이 아파트의 보유세 부담은 400만8000원으로 묶여 올해 48만 원, 내년 96만 원, 내후년 120만 원씩 줄게 된다.
또 앞으로 집값이 뛰면서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가더라도 보유세 상한이 낮춰진 만큼 세 부담이 과거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줄어들게 된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