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자, 美에 앉다

  • 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中企 시디즈, 사무용품 유통업체 ‘오피스디포’에 본사용 의자 납품

사무가구 강국인 美 수출 이례적

“품질 - 디자인 - 가격 3박자 만족”

올초엔 판매용 공급계약 맺기도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사무용품 유통업체인 ‘오피스디포’.

지난해 한국 돈으로 환산해 약 15조 원의 매출액을 올린 이 기업은 사무용품 시장점유율 세계 2위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엔 작년부터 공식적으로 간판을 내걸고 사업하고 있다.

오피스디포는 올해 11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본사를 주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에 맞춰 의자 등 사무가구 일체를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가구업체들로부터 입찰을 받았다.

내로라하는 미국 가구회사들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오피스디포가 의자 부문에서 최종적으로 선정한 기업은 한국의 의자 전문 중소기업 ‘시디즈’였다. 이 회사는 국내 사무용품 전문기업인 퍼시스의 관계사로 지난해 초 설립됐다.

시디즈는 “오피스디포가 본사 이전용 의자 4000여 개를 시디즈 제품(제품명 T50)으로 결정했다”며 “이는 약 6억 원어치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지난달 말 선적(船積)을 완료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앞서 오피스디포는 올해 초 사무가구 유통 브랜드 ‘리얼스페이스 프로’를 만들고 시디즈 의자를 납품받아 미국과 캐나다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오피스디포는 6월 첫 주문을 한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주문했고 시디즈는 현재 1차 주문량인 약 5000개의 의자를 수출했다.

시디즈는 오피스디포 유통망을 통해 매년 3만 개 이상의 의자를 수출해 약 5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세계 가구시장은 크게 유럽의 고가(高價) 가구와 미국의 사무가구를 주요 축으로 하고 있다. 사무가구 강국인 미국에 한국 기업이 단일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아시아지역 구매담당본부가 있는 오피스디포 중국지사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높은 제품력과 디자인, 합리적 가격에 근거해 시디즈를 납품처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시디즈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납품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품력과 관련해 소중희 시디즈 마케팅팀장은 “국내 가구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옮기고 아웃소싱을 할 때 시디즈는 90% 이상 제품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게 제품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의자가 대부분 곡면으로 이뤄져 있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거나 아웃소싱하면 아무래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시디즈 측의 설명이다.

실제 시디즈는 오피스디포를 설득할 때 미국의 가구품질 기준인 ‘미국가구생산자협회 인증규격(BIFMA)’보다 30% 높은 품질 수준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시디즈 제품 가격은 유럽산과 비교해 50% 정도 싸다.

소 팀장은 “의자 하나를 개발하는 데 약 10억 원의 연구개발(R&D) 및 마케팅 비용이 드는데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10만 개 이상을 팔아야 한다”며 “유럽은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을 강조하다 보니 소량 판매를 하고 그만큼 값이 비싸지만 시디즈는 대량생산을 통해 값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덩치가 큰 가구는 수출하기 어렵다는 통념도 깼다. 한샘, 에넥스 등은 미국 중국 등지에 현지법인과 공장을 만들어 현지에서 생산한 가구를 판매하지만 시디즈는 의자를 분해해 소포장 형태로 만들어 수출한다. 그만큼 품질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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