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시간 고객 지루하지 않게
‘통합적 고객 서비스’
과학적 연구 새바람
■ ‘서비스 사이언스’ 눈 뜬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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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플레이어는 1997년 국내 기업의 아이디어로 탄생했지만 ‘아이팟’이라는 히트상품으로 돈을 번 것은 미국 애플이었다. 기술력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제조와 판매에 그친 국내 기업과 달리 애플은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이튠스’ 등 서비스로 시야를 넓혔기 때문이다.
미국 페덱스와 UPS 등 택배 회사들은 물류 창고를 원하는 기업 고객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싱가포르 등에 대규모 창고를 세웠다. 중국이나 대만 기업이 생산한 제품들은 곧바로 이 회사의 창고로 보내져 필요할 때마다 세계 각국으로 배달된다. 고객의 수요에 맞춰 사업 영역을 물류에서 창고업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처럼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팔아 소비자 만족도와 기업 생산성을 끌어올린 배경에는 ‘서비스 사이언스(Service Science)’라는 신(新)학문이 있었다.
경영학 사회공학 산업공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을 동시에 활용해 서비스 산업을 연구하는 서비스 사이언스는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학문 중 하나다.
제품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수익을 늘리려는 게 서비스 사이언스의 목표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올해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새뮤얼 팔미사노 IBM 회장을 만나 학문 연구와 국내 연구소 유치 등을 논의한 이후 한국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처음으로 지난해 경영전문대학원에 서비스 사이언스 커리큘럼을 만든 서강대 외에는 국내 대학 중 이를 연구하는 학교는 아직 없다. 최근 관련 학과 신설을 결정한 학교도 인하대와 국민대 등 소수에 불과하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부족한 학문 연구가 머지않은 미래에 산업 생산성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IBM 유비쿼터스 컴퓨팅연구소 배영우 실장은 “이제는 제품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제품 판매 이전과 이후까지 연결되는 서비스가 필수인 시대”라며 “서비스 산업이 주가 되는 미래 경제 구조에서는 한국도 서비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서비스 사이언스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고객들이 기다리는 시간에 덜 지루해할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은행 대기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과학적으로 인지 과정을 일일이 분석 중이다.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일반 은행과 경쟁했을 때 서비스 측면에서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남기찬 부원장은 “예전 방식대로 자기 전공만 공부해서는 더는 살아남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 및 교수진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부족하다”며 “국내에는 전문가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와는 달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2006년 서비스 사이언스 커리큘럼을 개설했으며 이를 병원에 접목해 활용 중이다. 의사 등 병원 관계자와 서비스 사이언스 엔지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떻게 하면 병원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
IBM 도쿄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사와타니 유리코(澤谷由里子) 박사는 “일본 도쿄대, 교토대, 도쿄공대 등 유명 대학들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원에 힘입어 각자 강점 학문을 바탕으로 서비스 사이언스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대학 내 서비스 사이언스 도입을 적극 장려 및 지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