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미국 4위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할 수 있을지가 이르면 다음 주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인수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타진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투명한 상황 등을 고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2일 기자들과 만나 “리먼브러더스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보다는 공동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민간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인수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견해차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 행장은 “잠재 부실의 규모 및 인수 가격을 놓고 리먼브러더스 측과 견해차가 있다. 실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측이 인수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아직까지 산업은행 쪽에서 (컨소시엄 참여에 대한) 공식적인 요청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은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은행들이 모든 투자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유동성에 여유가 있던 은행이라도 지금 같은 때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는 3분기에 30억∼40억 달러의 손실을 냈을 것으로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가는 연초의 4분의 1 수준인 16달러 선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사업 부문 및 자산매각 등 다양한 자구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직원을 22%(6400명) 줄인 데 이어 다시 전체 직원의 6%를 감원할 계획도 세웠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현재 리먼의 주가가 대단히 낮은 수준이며 아주 드물게 오는 (인수) 기회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부실 규모를 빨리 확정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