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부실채권 적고 거시경제 구조도 탄탄
외환위기 맞았던 1997년 상황과 매우 달라
유동성 리스크 커지고 있지만 관리 가능”
“한국의 금융위기를 예상할 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고(There is no reason to expect a financial crisis), 단기 외채도 과장되어서는 안 됩니다(should not be exaggerated).”
‘9월 위기설’로 시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메랄 카라술루(사진) 국제통화기금(IMF) 한국 사무소장은 3일 이같이 단언했다. 그는 IMF 한국사무소 폐쇄 방침에 따라 11일 이한(離韓)을 앞두고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과 위기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면(對面) 인터뷰 요청에 대해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서면 인터뷰로 하자”고 역제안했다.
카라술루 소장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함께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아시아에 있는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과 매우 다르다(very different)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1997년과 현재의 상황 모두 외채가 증가하고 있고, 원화 가치는 절하되고 있으며,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이는 피상적인 비교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10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고 경제의 활력 또한 더 늘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외환 보유액이 넉넉해 어떠한 외부 충격에 대해서도 완충재로서 기능을 할 수 있고 △금융권 부실채권이 전체 채권의 1% 미만으로 건전하며 △금융감독이 극적으로 발전했고 △기업 지배구조가 발전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더는 과다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있어 △전반적인 거시경제 구조가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변동환율제를 통해 유가 상승 같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고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제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등 효율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한국이 검은 9월로 향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IMF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수입액 9개월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쌓아 놓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카라술루 소장은 “잘못 보도됐다(mis reported)”고 말했다.
그는 “IMF는 적정 외환보유액을 판단하는 데 단 하나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며, 국가마다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사용한다. 이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Korea has adequate level of reserves)”고 밝혔다.
우려가 집중되고 있는 단기외채와 관련해서는 “이는 주로 수출기업 및 투자기관의 위험 회피(헤지)와 외국인의 국채 매입에 따른 것으로 외채는 면밀히 모니터링돼야 하지만 외채의 발생 원인과 용도는 10년 전과 매우 다르다”면서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으며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총평을 요청하자 카라술루 소장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하강 국면에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자본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늘리는 데 따라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 대출 등 대출 부분에서 취약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책 당국은 당면한 리스크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 분야의 어려움을 최소화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