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정치색 확 뺐죠” 使 “툭 터놓고 대화”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3분


르노삼성자동차 조희국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승희 인사본부장(부사장)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사원 복지만을 위해 힘쓴 것이 노사화합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차
르노삼성자동차 조희국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이승희 인사본부장(부사장)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사원 복지만을 위해 힘쓴 것이 노사화합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차
■ 르노삼성車 8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달성

이승희 부사장 “상호인정… 사원복지에 최우선”

조희국 사원대표 위원장 “민노총 러브콜 거절”

“정치성을 배제하고 복지만을 위해 힘쓴 점이 8년 연속 무분규 임금·단체협상의 비결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 조희국(44) 사원대표위원회 위원장과 이승희(57) 인사본부장(부사장)은 2일 서울 중구 봉래동 르노삼성차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노사 화합 비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8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달성했다. 삼성자동차 출범 시점부터 계산하면 11년 무분규인 셈이다. 회사 측과 임단협을 이끌어낸 것은 노조가 아닌 ‘사원대표위원회’였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자동차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노조가 없다.

이 부사장은 “사원대표위원회는 직선제를 통해 위원장을 선출하고 임단협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일반 노조와 동일한 체계”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사원대표위원회는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와 달리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조 위원장과 이 본부장은 “사원대표위원회가 정치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일반 노조와는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조 위원장은 “4년 전 민주노총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7000명 사우(社友)의 대표로서 정치적 성향 없이 우리의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연계된 일부 노조의 ‘정치색’을 경계했다.

그는 “요즘 노동운동을 보면 사원 복지보다 다른 부분이 중시되고 있다”며 “한미 FTA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자동차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회사가 동조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노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원도 없지는 않다. 조 위원장은 그들에게 사원대표위원회의 강점을 설득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법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협의회의 협상력을 낮게 볼지도 모르지만 사실 노조보다 더 강하고 회사가 함부로 못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의료비 지원 제도는 사원대표위원회가 회사 측에 강력히 요구해 얻어낸 성과다. 이 회사의 임직원은 의료비 100만 원 이상의 금액에 대해 회사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치과 치료비도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자녀까지 지원된다.

노사 화합의 또 다른 비결은 노사 간 거리낌 없는 대화가 많다는 점이다.

조 위원장은 “노사 화합을 이끌어내는 가장 큰 힘은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린 언제든 장 마리 위르티제 사장과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원대표위원회는 매년 5, 6차례 최고경영자(CEO)와 미팅을 갖는다.

이들은 평화적인 노사 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의 노력도 주문했다.

조 위원장은 “노사문화가 선진화되고 제대로 정착되려면 국가가 (이 분야를) 좀 더 연구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처럼 (노조 없이) 기업과 사원이 노력하는 회사들을 정부가 좀 더 알아주고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노사문화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노조들이 정치를 하지 말고 성공적인 우리 사례를 따라오면 신노사문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회사 노사의 자신감은 지난달 실적이 뒷받침한다. 8월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상승한 곳은 국내 자동차회사 가운데 르노삼성차가 유일했다. 조 위원장은 “8월의 실적은 파업이 없었던 데다 품질이 앞섰기 때문”이라며 “세계 자동차 가운데 우리가 1등이란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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