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m² 규모의 회사 용지에 자리 잡은 생산시설은 ‘공장’이라고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로 깔끔했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는 데는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단백질 의약품은 미세한 오염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기 때문에 하얀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까지 했다.
이곳에 설치된 5만 L 규모의 세포배양과 단백질 정제 설비는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설비를 갖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신약 ‘표적치료제’ 개발중
단백질 의약품은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기존 합성 의약품과 달리 유전자 재조합이나 세포배양 등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치료 효과가 커 세계적으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업계에선 단백질 의약품 제조기술을 ‘바이오 업계의 쌀’로 비유한다. 반도체가 정보기술(IT) 업계의 ‘쌀’로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은 현재 다국적 제약회사와 공급 계약을 하고 10종류의 단백질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중 3종류는 한국, 미국, 유럽의 생명공학 또는 제약회사와 공동으로, 나머지 7종류는 자체 개발 중이다.
현재 이 회사가 다국적 제약사들과 계약하고 대신 개발 중인 의약품은 ‘표적치료제’다. 표적치료제는 암세포 등 특정 세포와 결합해 해당 세포만 사멸시키는 혁신적인 신약으로 불린다.
서정진 사장은 “셀트리온은 현재 CMO 분야에서 세계 3위 수준”이라며 “단백질 의약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어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세계 1, 2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바이오제네릭 생산
지금은 계약 생산에 머물고 있지만 셀트리온은 내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단백질 의약품(바이오제네릭)을 생산할 계획이다.
바이오제네릭은 특허가 끝난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성분을 이용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과 다른 제조 과정을 거쳐 생산해 내는 제품이다. 기존 오리지널 제품의 성분을 모방해 만든 제네릭(카피약)과는 구분된다.
서 사장은 “아직 바이오제네릭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고가의 생물의약품 중 상위 20개 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는 2010년에는 140억 달러(약 15조8200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이오제네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것.
유전자(DNA) 조작, 세포주 개발, 세포 배양 등의 첨단 기술을 갖추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오리지널 단백질 의약품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서 사장은 “바이오제네릭은 막대한 자금과 첨단 기술이 필요한 만큼 단백질 의약품 생산 대행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첨단 설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