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사상 최대 규모인 2만여 가구를 넘어서는 등 침체된 주택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구시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시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의 상당수가 해소될 때까지 대한주택공사에 지역의 신규 공공주택 건설 사업을 보류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또 ‘9·1세제개편안’이 지역 부동산시장을 살리는 데 크게 미흡한 것으로 판단하고 미분양 주택 구입 때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미분양 아파트 현황=대구시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2만1644가구로 2000년 미분양 아파트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물량이다.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5월 말 기준으로 1만6856가구였으나 6월 중순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취득세 및 등록세 감면 혜택 방침을 발표하자 지역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아파트 신고에 나서 한 달 사이 4000여 가구가 늘었다.
미분양 아파트는 8개 구군별로 현재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어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2만2000∼2만3000가구로 추산된다.
또 사업승인을 받고도 분양하지 않은 아파트도 30개 단지 1만7500가구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역의 일부 미분양 아파트가 임대로 전환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인 ㈜태왕은 올해 6월 미분양 아파트 167가구를 분양가보다 20%가량 낮은 가격으로 주공에 매각했다. 이 아파트는 모두 임대용으로 전환됐다.
지역의 K주택도 최근 미분양 아파트 30여 가구를 임대키로 결정하고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원인과 대책=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3, 4년간 아파트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신규 아파트 매입과 양도에 따른 세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만큼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 사업승인이 나지 않은 주택사업 추진을 보류할 것을 국토해양부 등에 건의할 방침이다.
또 대구도시공사가 계획한 신규 주택공급도 미분양이 해소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특히 대구시는 지역 주택건설업계의 자금흐름 등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주택건설업계, 부동산업계 실무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 김영욱 원장은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으나 위축된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세금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김종도 건축주택과장은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수도권과 차별화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역 부동산 소비심리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세제 및 금융 대책이 마련되도록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