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660조 사상최대…가구당 3960만원

  • 입력 2008년 9월 4일 17시 44분


회사원 정모(37) 씨는 올해 5월 변동금리(6.33%)로 8000만 원을 빌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이달부터 은행이 대출 이자를 연 7%로 올려 한숨만 내쉰다. 정 씨는 "10개월된 딸에게 들어가는 돈을 빼고는 모든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가계 빚이 660조 원을 넘어서면서 1가구당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인 3960만 원으로 불어났다. '9월 위기설'을 불러온 다른 변수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늘어난 가계 부채는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가구당 가계부채 3960만 원으로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08년 2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대출(622조8948억 원)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37조4112억원)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660조3060억 원이다. 3월 말(640조4724억 원)보다 19조8336억 원(3.1%) 증가했다.

통계청의 2008년 추계 가구수(1667만3162가구)로 가계신용 잔액을 나눈 1가구당 부채는 3960만 원으로 3월 말의 3841만원에서 119만 원 늘었다.

2분기의 가계 빚 증가 규모는 1분기(9조7938억 원)의 2배 수준이다. 3개월마다 집계되는 가계신용 잔액은 2003년 9월 말(439조9481억 원) 이후 4년 9개월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중 가계대출은 17조9136억 원,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 잔액은 1조9200억 원이 각각 늘었다. 예금은행의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이 모두 크게 늘어 총 9조2557억 원 증가했고 농협, 수협 등 신용협동기구의 대출은 5조1634억 원 늘었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2006년 이전에 시작된 주택 집단대출 가운데 중도금, 잔금 대출이 이어지고 재개발 아파트 증가로 전세자금 수요로 주택관련 대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는 은행들이 대출 마케팅을 강화한 데다 경기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는 잠재적 위험요인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의 증가가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연체율 등을 볼 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0.52%로 지난해 말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의 부실채권비율도 2007년 말 0.45%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0.39%로 하락했다.

문제는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가계가 느끼는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씀씀이가 크게 줄어 내수경기가 급격히 얼어붙는다.

가계의 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2004년 말 1.27배에서 지난해 말 1.48배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위원 연구위원은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 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체율보다는 연체금액의 증가와 저축은행 등 부실 가능성이 큰 금융기관의 대출 문제에 중점을 두고 금융당국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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