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선보인 지 10여 년이 넘도록 전 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향수 크리스티앙 디오르와 캘빈클라인 원, 엘리자베스 아덴.
이 향수들은 단 한 사람, 바로 세계적인 조향사(調香士) 앤 고틀리브 씨의 코끝에서 완성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의 코를 거쳐 간 향수제품의 연 매출 규모는 10억 달러에 이른다.
그는 최근 유니레버와 함께 목욕 세정제 도브 ‘고 후레쉬’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이른바 ‘명품’을 만들던 그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셈이다. 최근 e메일을 통해 그를 인터뷰했다.
―국내에서는 조향사라는 직업이 생소한데….
“사실 미국에서는 조향사라는 표현 대신 향 디자이너(Fragrance Designer)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향을 섞어 조화로운 한 가지 향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이지요.”
―향수를 만들다 생활용품 제작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요즘 향 산업에서는 자연이 가장 큰 화두입니다. 상쾌한 느낌의 오이나 멜론, 연못 위의 꽃, 라임 모두가 향의 소재죠. 도브 ‘고 후레쉬’는 그런 자연의 향을 담아 지친 피부에 영양제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향수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도 향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라 생각했습니다.”
―조향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조향사는 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가입니다. 추상적인 이미지를 향으로 표현해야 하죠. 따라서 예민한 후각도 필요하지만 예술적 상상력과 시장의 수요를 읽어내는 마케팅 감각이 더 중요합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