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쌀가공연구팀은 하루에도 10여 차례 밥을 해먹는다. 주력 제품인 ‘햇반’에 알맞은 쌀을 찾기 위해 전국에서 생산되는 수십 종의 쌀로 밥을 지어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1995년 선보인 햇반은 올해 6월 처음으로 국내 즉석 밥 시장 점유율 75.4%를 넘어섰다. 올 7∼8월 여름 휴가철 40일 동안 팔린 햇반만 해도 1000만 개다. 초당 3개꼴로 팔린 셈이다.
사상 최대 시장점유율에 CJ제일제당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
무된 분위기다. 최근 후발업체들의 ‘미투(me too)’ 제품 공세에 절치부심하던 차였기 때문.
지난해 이마트는 자체브랜드(PL·Private Label) 제품을 대
대적으로 선보이면서 햇반보다 40% 싼 즉석 밥 ‘왕후의 밥 걸인의 찬(동원F&B 제조)’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통업계는 이마트의 PL 즉석밥이 햇반의 몫을 상당부분 빼앗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기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농심과 오뚜기, 동원F&B도 묶음 상품이나 끼워주기 등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올해 초
햇반의 시장점유율은 1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가격 경쟁에 나서는 대신 품질 개선에 주력했다. 밥을 짓기 전에 바로 도정을 하고 합성보존료 없이 제품을 포장해 지난해 말 한국표준협회로부터 로하스(LOHAS·개인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방식) 인증을 받았다. 시장점유율은 다시 점점 높아졌다.
햇반은 1995년 삼성에서 독립한 CJ제일제당이 2년간 400억원을 들여 사운을 걸고 개발한 제품. 난제(難題)는 많았다. 당시만 해도 즉석식품 시장은 라면과 카레가 장악해 즉석 밥은 시장성이 불투명했다. 또 이틀만 지나면 누렇게 색이 변하는 밥을 상온에서 6개월 이상 보존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도 넘어야 했다.
햇반은 출시 후 5년 가까이 매출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
만 싱글족(族)과 맞벌이 가구가 늘고 전자레인지 보급과 맞물려
2002년 연매출 500억 원을 돌파 했다. 회사 내부의 반대에도 불
구하고 당시 마케팅팀 소속으로 햇반 개발을 밀어붙였던 김진수
현 CJ제일제당 사장과 김해관 동원F&B 사장 등은 이후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참살이 바람에 발맞춰 오곡밥과 찰보리밥,
발아현미밥 등 잡곡밥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또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210g짜리 햇반을 130g짜리 2개로 나눈 ‘작은 두 공기
햇반’을 선보였다. 올해 CJ제일제당은 햇반 한 품목에서만 9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