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모(37) 씨는 올해 5월 변동금리(당시 6.33%)로 8000만 원을 빌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런데 이달부터 은행이 대출 이자를 연 7%대로 올려 한숨만 내쉰다. 정 씨는 “10개월 된 딸에게 들어가는 돈을 빼고는 모든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가계 빚이 660조 원을 넘어서면서 가구당 가계 부채가 사상 최대인 3960만 원으로 불어났다.》
‘9월 위기설’의 요인으로 거론된 다른 변수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늘어난 가계 부채만큼은 소비를 옥죄는 한편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 가구당 3960만 원 사상 최대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08년 2분기(4∼6월)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가계대출(622조8948억 원)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37조4112억 원)를 합한 가계신용 잔액은 660조3060억 원이다. 3월 말(640조4724억 원)보다 19조8336억 원(3.1%) 증가한 수치다.
통계청의 2008년 추계 가구수(1667만3162가구)로 가계신용 잔액을 나눈 가구당 부채는 3960만 원으로 3월 말의 3841만 원에서 119만 원 늘었다.
2분기의 가계 빚 증가 규모는 1분기(1∼3월·9조7938억 원)의 2배 수준이다. 3개월마다 집계되는 가계신용 잔액은 2003년 9월 말(439조9481억 원) 이후 4년 9개월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중 가계대출은 17조9136억 원, 신용카드 등 판매신용 잔액은 1조9200억 원이 각각 늘었다. 예금은행의 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이 모두 크게 늘어 총 9조2557억 원 증가했고 농협, 수협 등 신용협동기구의 대출은 5조1634억 원 늘었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2006년 이전에 시작된 주택 집단대출 가운데 중도금, 잔금 대출이 이어지고 재개발 아파트 증가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로 주택 관련 대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는 은행들이 대출 마케팅을 강화한 데다 경기 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자영업자와 직장인의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금융권 부실 소비위축 ‘뇌관’ 우려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의 증가가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연체율 등을 볼 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은 0.52%로 지난해 말보다 0.03%포인트 떨어졌다. 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도 2007년 말 0.45%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0.39%로 하락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 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체율보다는 연체 금액의 증가와 저축은행 등 부실 가능성이 큰 금융기관 등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금융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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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기자 parky@donga.com